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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Apr 29. 2022

첫 옥상캠핑을 시작합니다.

노을 맛집 옥상

딸: "아빠, 우리 마당에서 말고  옥상에서 저녁 먹는 건 어때요?"


아빠: "그래? 좋지! 오늘은 옥상에서 텐트 치고 캠핑 분위기 좀 내 볼까? "


딸: "오~~ 좋아요!!!"


아빠와 딸은 서로 의견이 통했다는 얼굴로 둘만의 시그널 표정으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딸아이의 말이라면 무조건 ok! 하는 남편님, 둘의 케미는 세상 그 어느 누구와도 견줄 수 없을 듯 하다.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집에서 가까운 포구에 낚시를 하러 왔다. 낚시 삼매경에 빠진 아빠 옆에서 딸아이는 아빠 핸드폰 음악에 맞춰 춤으로 응원을 보낸다.


낚시의 시간의 끝나고 해가 뉘엿뉘엿 저 물때쯤, 낚싯대를 정리하고 집으로 도착해 창고에서 텐트를 꺼냈다.


'아~~ 몇 년 만의 텐트인가?'


캠핑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해마다 경기도 포천계곡을 시작으로 부천 야인시대 캠핑장, 강원도 설악동, 충북 월악산 캠핑장 ,전북 내장산 캠핑, 인천 신시모도의 섬...전국 각지를 물색하며 캠핑을 즐겼더랬다. 첫아이 백일때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달랑 텐트 하나 들고 시작한 캠핑! 한 해 한 해 캠핑장비를 하나씩 늘려가는 재미에 캠핑의 맛을 알아갔다. 10년 넘게 캠핑러로 지내온 시간이 무색할만큼 4년 전부터 남편이 제주도에 일하게 되면서부터 캠핑의 맥이 뚝! 끊겨 버렸다.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 캠핑을 즐겼던 우리 가족은 캠핑 계절이 도래할 때면 아쉬움과 허전함, 공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공허함을 사진첩을 꺼내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달랬더랬다.


몇 년 만에 마주한 텐트를 보니 실로 반가웠다.

아이들은 아빠의 주도하에 텐트봉을 하나씩 잡고 텐트 설치를 도왔다. 저녁 5시가 넘어간 시점에도 해의 열기가 남아 있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더운 줄도 모르고 옥상을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며 아빠를 돕는 아이들의 모습에 힘듦보다는 즐거움이 묻어났다.


옥상이 시멘트라 봉을 박을 수 없어 긴 줄을 이용해 서로의 도움을 의지하며 우여곡절 끝에 텐트의 중심을 잡아갔다.  첫 옥상 캠핑의 어려움을 이겨내며 좌충우돌 텐트 치기가 완성이 되었다. 텐트 치기가 완성되고 저녁을 준비할 찰나, 남편은 말한다.


"우리 마당에 있는 나무 테이블을 옮겨 볼까?"

"그 테이블 너무 무겁잖아!"

"아냐, 우리 가족 힘 합치면 충분히 옮길 수 있어!"


마당에 있는 나무 테이블, 4인용이 아닌 6인용이기에 무게감이 만만치 않았던 터였다.


마음은 허락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힘을 합쳐 옥상 계단을 통해 옮기기를 시도했다.

"아~~ 잠깐만요 아빠! 너무 무거워요!" 옮기는 도중 아들의 긴박한 목소리에 쉼갖기를 몇차례, 우역곡절끝에 드뎌 옥상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젠 저녁을 준비할 차례가 도래했다. 딸아이는 텃밭에서 상추를 따고,  아들은 테이블을 닦고, 아빠는 고기 구울 장비를 꺼냈다. 서로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차츰 저녁 준비가 완성되었다. 힘들게 옮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아빠가 구워주신 고기와 닭꼬치를 시식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주위환경을 둘러보았다. 저녁 노을이 다채로운 색감을 내뿜고 있는 옥상 풍경을 마주했다.

노을 맛집이 되어주는 하늘을 바라보며 각자의 노동이 가미된 후의 저녁식사라 그런지 더 맛나게 느껴졌다. 서로의 이야기 꽃을 피우는 가운데 차츰차츰 해가 저물어 갔다. 해가 저무니 급격한 온도차로 쌀쌀함이 감돌았다. 더운 열기로 걷어올렸던 텐트의 문을 내리고 창고에서 히터를 꺼내왔다. 히터의 따뜻한 온기가 텐트 안을 온화하게 데워주었다.


"아~~~~ 좋다, 옥상에서 텐트 안에서 우리 가족 함께 먹는 저녁! 이게 진짜 행복이지!"

라며 웃음 짓는 남편의 말에 우리는 모두 동의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얘들아, 다음 주도 옥상캠핑? "

"네~~~ 좋아요!"


어두움이 내려앉은 밤, 저녁 하늘 위를 바라보니 별들이 반짝 반짝였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세어 보았다.

하나, 둘, 셋.... 어? 별이 7개! 북두칠성이다! 아들이 발견한 북두칠성에  약속이라도 한 듯 손가락으로 별을 세어 그림을 그려보았다. 진짜 북두칠성을 만났다. 밤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 같았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북두칠성에 대해서 설명하는 가운데 두 아이는 귀를 쫑긋 세워 경청하였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나왔다.

이렇게 옥상에서의 우당탕탕 첫 캠핑, 따스함과 다정함으로 막을 내렸다.

4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텐트 안에서 가족이 협력하고 소통하며 공감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달콤한 추억을 쌓았다.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단다
그게 가족이란다
그게 사람살이란다
 
박노해 "걷는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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