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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Apr 24. 2022

우리 집을 매일 찾던 손님, 가족이 되다

어쩌다 견주가 되다.

 우리 집을 매일 찾던 손님이 있었다. 처음엔 그저 불편한 불청객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서로 마음의 빗장을 풀고 가족이 되어 있었다.





이사오던  첫날,  누렁이는 낯선 우리 가족들을 보고 엄청 짖어댔더랬다. 바로 뛰쳐나와 물것처럼...


6살 때, 강아지에게 물릴뻔한 경험으로 트라우마가 생긴 딸아이는 매번 소스라치게 놀라 아빠 등 뒤로 숨기에 바빴다. 나 또한 개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으로 극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다행인 건, 이사 올 집에 틈나는 대로 와서 손수 페인트 도배를 하고 집을 꾸미고 청소를 했던 남편의 얼굴은익숙한지  짖지 않았던 터였다. 누렁이가 매번 짖어대자  딸과 나는 무서워서 피하기 급급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남편은 안타까웠던지 강아지 간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간식을 사서 하루에 한 번씩  딸, 아들과 함께 손을 잡고 누렁이를 찾았다. 간식을 주며 얼굴을 익혀 아이들이 겁을 내지 않고 친근해지기를 바랐던 이유에서였다. 그 정성인지 이틀, 사흘, 일주일... 시간이 갈수록 딸아이의 겁이 줄고 조금씩 정이 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서워하며 겁을 내던 딸아이는 하교 후  제일 먼저 하는 일과가 누렁이 간식 챙겨주는 일이 되었다.


"엄마, 누렁이 간식 주고 올래요!" 하며 간식을 챙겨 든다.


처음에는 용기가 나지 않는지 뒷 가게와 우리 집 사이의 돌담 위로 간식을 던져 주었다.(키가 작은 딸아이누렁이가 보이지 않는다며 매번 안아서 누렁이에게 간식을 던져 주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손수 누렁이 집 앞 까지 가서 간식을 주곤 한다.



누렁이가  변을 보기 위해  개 목걸이를 풀어주는 시점이 있다.  그럴 때면 하루도 빠짐없이  매번  손수 발걸음을 해 우리 집을 찾는다.  그렇게  경계하던 누렁이가 우리 집을 자진해서 찾다니...  간식을 주며 쓰다듬었던 손길에 마음의 빗장을 푼 듯하다.


소리가 나서 거실 창을 열면  누렁이가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며 마당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가족은 반가운 나머지  서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 바쁘다.  갑자기 누렁이가 마당 바닥에 눕더니 배를 보이며  애교와 재롱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모습이 더욱 사랑스러워 우리 가족은 쓰담쓰담해주곤 한다.


외출하고 돌아올 때면 차 소리를 듣고 벌써 차 앞까지 다가와 내가 내릴 때까지 기다리곤 한다.

이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다소 개에 대해 무서워하고 부정적 이미지와 편견에 휩싸여 지냈던 시간이  누렁이의 행동들을 보며 그 감정들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누렁이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무척이나 걱정이 되었다. 매일 찾아와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누렁이가 보이지않자 아이들이 서운해하였다.  용기를 내 가게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좋지않은 일이 생겨 누렁이를 사람들 안 보이는 쪽에 묶어 두었다고 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며칠 동안  많은 상의와 고민 끝에 우리가 데리고 와서 키우기로 결정을 내렸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사실은 많은 책임감과 의무감이 따르기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는 사항이었다.



그렇 누렁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누렁이 곁을 떠나지않으며  머리를  쓰다듬고 웃음이 떠나질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제일 먼저 누렁이를 찾고, 사료를 챙기고, 시간만 되면 산책시키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뿌듯함이 몰려왔다.

가족들이 서로 챙기며 보살피느라 부쩍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활기차 졌다.  새로 전학해 아직 친구들이 많지 않은 아이들,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 같아 긍정의 마음이 더욱 차올랐다.

누렁이가 가족이 된 이후로  대화의 소재거리가 풍성해졌다. 누렁이가 보여주는 애교와 행동에 대해 관찰하며 개의 습성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주인 무릎 앞에 앉는 것은 충성을 다해 지켜준다는 뜻 이래"

"바닥에 누워 배를 보여주는 것은 어떤 경계심도 없는 순종의 뜻 이래"

"산책하며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뜻 이래"


온 가족이 같이 산책을 하며 하루의 일과를 나누는 가운데 웃음 버튼이  많아졌다.  차로 다니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동네의 예쁜 풍경들도 만나게 되고 이웃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가벼운 운동은 덤이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사실 누렁이는 안타깝게 유기견이었다고 한다. 가엾고 안쓰러운 마음에 관심을 쏟고 밥을 챙겨주시며 키우게 되셨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애잔함과 애틋함이 강렬히 스며들었다.

옛 주인한테 버려졌다는 상실감과 사랑과 보살핌이 얼마나 간절했을지 감정이입이 되었다. 주인의 작은 스킨십과  행동에도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그간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우리가족 만큼반복되는 상처를 주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함께 하자고 했다. 생활패턴에 활력소가 되어주고 안겨준 웃음꽃만큼 더욱 사랑을 다해 보살펴 주려 한다.  세상의 모든 유기견들이 사라지고  끝가지 소중한 생명체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따스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소망을 덧입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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