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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May 13. 2022

 텃밭에서 선물을 수확하다

나만의 작은 숲이 되다.

 

온 세상이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물든 5월, 텃밭에도 초록의 선물이 한아름 도착했다.



 작은 모종이었던  상추가 어느새  배추의 부피만큼 자라났다. 옆 이랑의 치커리, 겨자, 청경채도 봄햇살의 따스한 기운과 흙의 양분, 자연이 선사해준 빗물을 흡수하며 어느새 수확할 만큼 성장했다. 캠핑을 즐기며 쌈채소를 애정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  되어준다.

여리고 작았던 상추가 배추크기만큼 자라났어요.^^


3월, 부서질 듯 어렸던 모종싹은  땅속의 온기를 머금고 조금씩 성장해주었다. 금방 자랄 줄 알았던 싹은 생각과는 반대로 더디 자랐다.  매일  싹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2~3일에 걸쳐 물을  뿌리고 잘 자라나기를 기도했다.  다음날, 그다음 날도 얼마만큼 자라났는지 궁금해 매일 발걸음을 하며 관찰했다.


그런데 채소들 보다는 그 옆을 비집고 나오는 잡초들이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잡초를 뽑아주었다.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내 마음의 걱정처럼 또 자라났다.  식물 줄기 사이를 헤집고 나오는 작은 순도 잘라주었다.


강풍급 태풍이 몰아치고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날, 우리 가족은 텃밭의 여린 식물들이 뽑히지 않을까? 작물을 심어놓았던 비닐이 날아가지 않을까? 이랑 사이사이 빗물이 고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비닐 위에 굵은 돌을 얹고 이랑의 물이 잘 빠지도록 재정비하였다.



그렇게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보낸 시간들이 지나니, 상추가 수확할 만큼 자라났다.  따스한 햇살을 듬뿍 받아 매주 무럭무럭 자라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폭풍성장이었다. 옆 이랑의 적겨자잎은  성인 얼굴보다 더 크게 자라난 모습이었다. 딸 얼굴에 갖다 대어보니 얼굴 지면을 가리고도 남는 크기이다. 우리 가족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언제 맛볼 수 있을까 오매불망 손꼽아 기다린 보람을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매일 신선한 채소와의 만남^^



"오늘  첫 수확한 기념으로  마당에서 고기먹을까?"

"네~~"


그날 저녁은 마트에서 사 온 채소가 아닌 우리의 손길이 거친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영광의 순간을 누렸다.


"농약 한 번치지 않은  유기농 채소라 더 좋다 그렇지~"

"내가 심은 채소 라서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우~와 쌈채소를 이제 매일 먹을 수 있다니 너무 기쁜걸!"


아이들도 자신의 직접 심고 정성이 들어간 채소라 그런지  거부감 없이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매번 채소들을 씻을 때마다 잔류농약 때문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이제는 그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어서 안도감이 들었다.


초보텃밭러인 우리 가족은 자연의 초록 선물이 그저 신비하고 놀라움, 감사, 보람의 연속이다.  그저  땅에 심기만 했을 뿐인데 스스로 양분을  흡수하며  뿌리를 내리고 단단하게 지탱하며 성장하는 모습에  경이롭기까지 하다.  텃밭 초록 채소들의 선물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일회성이 아닌 다회성이다.

수확하고 난 자리에 또  자라나 무한대로 우리의 식탁의 건강함과 신선함을 책임져준다.




우리 텃밭 초록의 모습을 보고 이웃집 할머니와 따님이 놀러 오셨다.

"아이고 잘 키우셨네요~~"

"어서 오세요. 저희 쌈채소들  많으니까  좀 따가세요~"


 두 분이서 오손도손 얘기하며 열심히 따시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나 또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수확한 쌈채소들을 종이가방에 넣어 드렸다.

"넘 잘 먹을게요~"

"또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오셔서  따가세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이웃집할머님과 따님

지난주 집들이 때 놀러 오신 지인들께도 한 봉지씩 담아 드렸다. 맛있게 잘 먹겠다며 고마움을 표시해 주셨다. 다양한 작물은 아니지만 직접 키운 채소들을 이렇게  지인,이웃들과 소소하게 나눌 수 있어 그 기쁨과 보람은 배가 되었다.





모든 생명체에는 기다림의 여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자연은 타이밍을 위해 겨울의 언 땅을 헤집고 나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사람도 자연처럼 그 타이밍을 위해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숨겨진 꿈이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얻어진 열매는 참 소중하고 달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럽고 정리되지 않을 때 이곳의 초록의 식물들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소란스움잠잠해진다. 기다림, 나눔, 여유로움, 평화를 깨닫게 해 준 텃밭은 나의 작은 숲(리틀 포레스트)이다.



by서나샘 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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