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남편은 제주도로 일을 하러 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가족은 5개월가량 떨어져 지내야 한다. 이번엔 남편을 따라 제주도에 같이 내려갈 수 있었다. 근무하는 학교의 재량휴업일과 개교기념일로 쉴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날짜가 다행히 맞았다.
매번 비행기로 갔었는데 이번엔 남편 짐들과차를 가지고 가기때문에 여객선을 이용했다. 완도에서 제주항으로 가기위한 여객선을 탔다. 실버클라우드호였는데 크기가 실로 엄청났다. 총 6층으로 구성되어 있고1,180명과 차량 343대를 수용할 수 있는 여객선이었다. 처음 경험한여객선에서의 경험은 신선했다.
실버클라우드호
처음 제주항에 도착했을 땐 날씨가 흐렸다. 하지만
그 이후 3일 동안은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청명해서
제주의 바다의 숨결과 숨은명소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산방산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송악산 둘레길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담았다.
파스텔로 물들여놓은듯한 각양각색의 탐스럽고
소담스러운수국들이 가득한 곳,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담았다.싱그러운 나무와 향기로운 꽃내음, 풀내음이 어우러진 휴애리는 최고의 힐링 장소가 되었다.
이곳 원앙폭포는 여행 계획에 없던 곳이었다.
우연히 들린곳이었는데 내 마음을 쏙 빼앗긴 곳이다. 작은 두 물줄기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빛 물이 가득한 곳,
이곳에 있으니 마치 신선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더운 여름에 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일 듯하다.
이곳은 용오름 입구이다. 아쉽게 용오름은 오를 수 없었다. 용오름 환경보전 차원에서 잠시 폐쇄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른 잔디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모습도 한 폭의 수채화로 남기고픈 장면이었다.
함덕해수욕장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해변
제주 위미 해변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이는 둘레길
영화 건축학개론 서연의집앞 돌담
제주 하면에메랄드빛물결이 넘실대는 바다를 빼놓을 수 없을듯하다.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를 있노라니 코로나로 가슴속 깊이 박혀있던 답답한 몸속 찌꺼기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충만해지고 행복감이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깊게 숨이 쉬어질 때, 아, 내가 그동안 숨조차도 얕게 쉬며 방방 거리고 살았구나, 하는 자각이 온다.
그 공기가 얼마나 폐에 맑게 차는지, 마치 70% 밖에 산소가 없는 곳에서 산소가 부족한 줄도 모르고 살다가, 비로소 100% 산소가 공급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린아이 둘을 기관에 맡기고 생계형 워킹맘을 살았다. 10년 차 워킹맘을 살아내면서 그야말로 치열하게 살았다. 쉬는 법도 모르고 살았다. 아니, 쉬면 죄책감을 느꼈다. 사람들의 인정 욕구에 몸부림치고, 돈을 경시하듯 하면서도 돈이면 다 된다는 금전 주의에 물들어 있었다. 쉼과 여행은 거칠고 메마른 내 마음과 몸에 촉촉이 물을 적셔주었다. 꼭 그렇게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이젠 여유를 갖고 한 템포 쉬어가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시원하게 이마의 땀방울을 씻어주는 제주도의 바람과 파아란 바다에 내 몸을 맡겼다.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야~호 소리를 질렀다. 사회생활로 찌들어있던 조직의 위계질서와 부모님,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답답함 등 많은 것들이 정화되었다. 이번 여행은 제주도의 새로운 풍경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얻어온듯 하다. 이번 여행은 짧지만 브레이크 없는 내 삶의 제동장치가 되어 주었다.
여행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프리벨>
여행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 편견을 바꿔주는 것이다 <이나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