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고
삶이 크게 한번 무너지고, 일주일쯤 흘러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앞부분을 책으로 조금 읽었었는데, 영화를 보니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영화는 삶이 무너졌던 리즈가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넓은 집과 사랑하는 배우자와 함께 리즈는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리즈는 잠에 들지 못한다. “이렇게 만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세월에 묻혀버린 나는 어딨나”라며 절망한다. 리즈가 만들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것들을 희생해야 했을까?
리즈는 다시 열정을 회복하고 싶다며, 3개국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열정을 회복하고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또 자신을 찾고자. 리즈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는 것, 그리고 자신과의 시간을 갖는 것. 때로는 이 균형이 깨질까 두려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걸 망설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의 스승은 기꺼이 무너지라고 한다. 때론 그 무너짐이 더 큰 균형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리즈는 기꺼이 무너지고, 새로운 사랑을 선택한다. 균형을 맞추는 것 그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고, 가슴으로 선택하며 새로운 삶을 찾아나간다.
영화를 통해 나의 무너짐을 바라보게 되었다. 3개월 간 디자인에 몰입하고자 했었고, 마땅히 그렇게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멈출 수 없는 런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쉬어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팀원들도 어려움을 호소했고, 건강 악화로 수업을 그만 듣게 된 팀원도 있었다. 나도 그 순간 무너졌다. 그리고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그렇게 된 게 모두 내 책임인 것처럼 느껴졌다.
다행히도 지금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좋아했던 것들을 함께 조금씩 해나가면서,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하되 오늘만큼의 행복은 느끼려고 애쓰며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어제는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많은 부분이 정리가 된 하루였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충분히 행복하게, 또 잘해낼 수 있음을 느꼈다. 때로는 쉬어가도 괜찮음을 무너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번 넘어져봤기에,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나는 또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 큰 균형으로 나아갈 것을 믿기에, 다시 또 나아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