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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um Mar 27. 2021

공명의 울타리

01_ 어떤 사유

하이데거는 말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사고를 한다. 아무리 세상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해도 나는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세상이 없으면 나도 없다. 주변 세상은 내 안으로 들어와 있다.”


나를 갉아먹는 여러 감정들을 관조를 한다. 새로 경험하는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들은 이성과 수많은 감각으로 채워져야 하는 공간들을 차지해서 읽고 보고 판단해서 보관해야 하는 곳을 잠식하기 시작할 때면 잠시 쉼호흡을 하고 감정 덩어리가 감정의 골을 만드는 심연 속으로 밧줄을 타고 내려가 본다. 왜냐하면 모든 문제의 근저에는 내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어 나오지 못할까 봐 나를 구해주는 조커를 밧줄로 만들어 나를 묶는다.


나의 건강을 해치는 감정들은 나를 부정해야만 하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어서 곧 세상의 PARADOX에서 줄타기로 팽팽하게 만들었고 그 주위에서 비관적이지만 분석적이고 합리적이지만 긍정적인 경계선을 언제나 타고 있었다. 때(상황)를 상기하면서 세상에서의 인간의 존재는 불완전하고 모순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그런 존재라고 터부시 되는 과정을 겪는다고 들여다보고 끄집어내는 과정을 관찰한다.


생명이 존재하기 전 소리가 먼저 존재하고 있다는 진리를 믿는다. 이 소리의 본질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사랑과 생명을 대상화하기 위해 에너지가 되어 어둠에게 명령한다. 하지만 곧 어둠(죄 또는 원죄)이 세상을 지배한다. 소리는 세상의 또 다른 소리를 위해 언제나 그 자리에 소리로서 존재한다. 청지기를 위해


땅 위에서 육체적 자아로 인해 힘이 들면 정신적 자아를 위해 비전이라는 웅장한 사명감을 들추어내기 시작한다. 땅은 단지 육체적 기쁨이나 육체적 고통을 줄지 모르겠으나 정신적 자아는 영혼의 안식과 기쁨을 충족시킨다.

때때로 무거운 십자가를 들고 다니다가 재능을 다 써버렸다고 하소연한다. 나를 다독여주는 사람 앞에서만 울 수 있는 시간들은 나를 내려놓아야 하는 것을 언제나 인식시키고 쑥 지나가버린다. 시간이란 거기에서 나를 바라봐주었다. 분명하게 ‘실현’ 될 것을 기다리는 것이 지겨워 힘들 때 말이다.

내면에서 몽글몽글 근심이 올라오면 복잡한 생각을 비우는 노동에 심취한다.


아무 생각 없이 식당에서 일을 하면 한국 사람들과 서로의 고충을 그냥 표면적으로 나누고 홀에서 독일 사람들에게 써빙을 하는 단순 노동인 얼굴에 땀을 흘림으로써 나의 복잡한 생각을 잠재우는 루틴을 하면서 잠시 잊기도 하였다. 유행에 민감하고 유머스러운 그들과의 깨알 같은 웃음코드로 하루 일을 하고 나면 몸은 힘들어 여름이면 더위를 먹어서 집에 와서 구토를 하지만 웃음 게이트의 전초전을 생각하며 피식 웃다가 잠든다. 일상에 익숙해야 하니 익숙해져 버린다.




공명을 느껴보기로 한다. 에너지들의 물리적 결합 장소이자 교차하는 곳은 나에게 영감도 많이 주는 곳이다. 호흡으로 노래를 부를 때 내 안의 호흡을 머리 위로 끌어올려 소리를 아주 멀리까지 가게 하는 원리가 공명을 울린다고 한다. 소리는 진동을 타고 에너지가 되어 귀에 귀로 울려 퍼진다. 아주 작은 소리로 힘을 빼고 호흡을 그냥 얹기만 하면 소리는 에너지가 되어 저 멀리 공간에 구석구석까지 소리의 음들은 나비가 되어 공명을 울려 공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나의 동생은 피아니스트이다. 동생이랑 긴 통화를 하면 동생은 자신의 음악 세계를 얘기하느라 3-4시간은 금방 간다.


“언니, 베노는 80살이 다 되어가는데도 음악의 대한 열정이 있어. 베노는 자기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기가 알고 있는 이 소리에 대한 음악의 또 다른 세계를 가르치기를 원하는데 렛슨비도 안 받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가르 춰줘. 악기는 사람의 손을 타고 연주를 하게 되는데 나오는 소리들이 한 음에도 수백 개가 된다고 해. 어떤 감정으로 호흡을 할 때 악기에서 나오는 음이 다 다르고 힘을 뺄 때와 힘을 줄 때 거기서 느끼는 감정에 따라 소리가 나오는 거야. 베노는 몇십 년을 연구한 소리의 비밀을 알려주기를 원해서 내가 피아노를 칠 때 그 음악의 작곡가가 처해진 시대적 배경과 환경에서 겪어야 했던 감정들을 유추하고 다시 해석하여 나의 음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소리를 알아야 한다고. 너무 심오하고 깊어서 처음에는 너무 이해가 안 되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의 나의 피아노 소리를 듣고는 베노가 말해줬어. 어른스러워졌다고. 성숙한 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이야.”


동생은 이런 말을 하고는 내가 동생 집에 놀러 가 간만의 여유로 동생과 놀려고 하면 항상 나를 데리고 자기 일하는데 데리고 가서 자신의 음악의 세계를 같이 느끼기를 원하였다. 물론 베노한테도 가봤다. 늙어버린 몸은 자기의 와이프와 서로를 의지하면서 천천히 걸으며 집에 방문한 여러 음악 하는 학생들과 손님인 나를 위해 차를 준비하기도 하고 자리를 안내해주기도 하였다.

난 얼른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 주방에서 내가 먹을 음식이나 차 같은 것은 알아서 먹고 방해를 하면 안 되니 조용히 레슨 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예술을 사랑하는 베노는 그 깊이가 끝이 없는지 여러 개의 악기를 가지고 방문한 여러 사람들의 음을 듣고는 곧 분석하고 그 음이 울릴 때 나오는 소리를 호흡과 함께 맞춰나가기를 계속 반복하지만 어느 누구도 허트로 듣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만약 악기를 다룰 수 있다면 이 시간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지만 동생의 멘토 집에 왔고 소개를 받아서 난 그의 와이프와 나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어떠한 과정 후에 작품이 완성되었는지를 얘기하면서 재미난 이야기를 하면서 한나절을 보내고 있었다.

동생은 내가 알고 있는 에너지와 같은 결인지는 모르겠으나 진동을 타고 있었다. 땅의 것은 아니라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늘의 진동이 파동을 타고 사람의 내면에서 에너지가 되어서 땅으로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부정적인 것을 멀리하고 곁에 있는 사람과의 조화로움으로 자신의 울타리와 가정에서 부부간의 사랑으로 이 먼 타국에서 점점 더 성장하고 있었다.

에너지는 파동을 타고 같은 진동 에너지를 모은다.

같은 에너지로 진동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동생이 그런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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