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딘성일 Mar 27. 2022

10. 퇴사 후 마주한 '나'

하루라도 빨리 벌거벗은 나를 마주하세요

약 3년 동안의 회사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홀로서기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움과 동시에 나의 퇴사를 응원해주었지만, 이제 뭐 할 거냐는 질문도 어김없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없어서 퇴사를 했다, 그래서 뭐할지 나도 모른다!"


하고 싶은 게 없는데 하루의 8,9시간을 회사에 붙잡혀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고, 그냥 하루라도 빨리 나가서 이것저것 다 경험해 보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싶었을 뿐이다.


학생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30살까지 직업을 갖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의미로 30살을 맞이하였지만 결론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함은 분명 똑같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내가 첫 번째로 한 게 '퇴사'였다.

번아웃을 겪으며 내가 뭘 좋아하는지 조차 모르겠고 무기력 한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유일하게 의지를 가지고 하고 싶은 게 퇴사였다. 


그때 생각했다.

'아 좋아하는 거 찾기는 이렇게 힘든데, 하기 싫은 것은 내 몸이 반응하는구나.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싫어하는 걸 먼저 찾아서 제거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뭐라도 해야지 싫은지 좋은지 알 수 있겠군'


내가 좋아하던 싫어하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경험들이 필요했고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찍어보고 나 스스로 '아니'라는 대답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만의 비즈니스 만들기', '사이드 프로젝트', '애프터 이펙트 강의' 등등 여러 가지 강의와 클래스를 신청하고 수강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관심이 남아있던 것들을 건드려보고 정말 내가 관심이 있던 건지, 그저 호기심이었는지 확인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조차 쉽지는 않았다.

번아웃은 이미 일상 속까지 스며들어 나의 일상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작은 계획조차 성취를 해내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데 도저히 의욕이 나지 않았다.


나의 생각을 담아보겠다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도 며칠 가지 못했고 무려 150만 원에 가까운 돈을 각종 클래스와 강의에 투자를 했지만 끝내 하고자 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


그때 무기력함은 더 증폭되었고 그 좌절감은 생각하기 싫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차분히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았기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낸 경험이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시키는 대로만 살아온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보고 그대로 인정하는 시간, 가장 큰 수확이었다.

퇴사 후 약 6개월 동안 나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를 객과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시간을 가지며 성장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성장했다.


그리고 내가 일을 하면서 지나치게 누군가의 인정을 바라고,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하는 것들이 '사회부과적 완벽주의'라는 심리학적인 증상(?)이랑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몸 어딘가 고장 난 것만 같았고, 어디가 아픈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는데 심리학적으로 딱 정의된 개념을 알게 되니 그 답답함이 한 번에 정리가 되었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어딘가 고장 난 거 같은 나의 증상들이 정리가 되고 나니 이제는 더 이상 방황을 할게 아니라 그것들을 고치고 개선해 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회사의 네임이 나를 대변하는 줄 알았고, 회사를 위해 열심히만 하면 성공하는 줄 알았던 나는 그저 지극히 평범하고 주변에서 쉽게 볼 법한 20대 후반의 남자였다.


퇴사한 지 1년이 된 지금, 나는 콘텐츠 기획 & 편집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비즈니스, 재테크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튜버들과 함께 일도 하고 아직 넉넉하지는 않지만 수입도 점점 늘면서 성장하고 있다.


무조건 퇴사가 정답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 '나만의 일',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알아야 한다.


퇴사하기 딱 좋은 나이, 30살


취업이 다인 줄 알았던 20대, '나'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랐던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취준생과 대학생들에게 조금 더 살아본 인생 선배(?)로서 내가 직접 겪고, 아프고, 생각하고, 깨달은 것들을 공유하며 도움이 되고자 하며 이 글을 마친다










이전 09화 9. 대체될 수 없는 존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