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휘 Nov 30. 2020

먹는 것의 의미

내가 무엇을 먹는가는 나를 표현한다

독일의 철학자 포이어바흐가 ‘사람이 먹는 것이 그 사람이다(Man ist was man isst.)’라는 말을 했다. 포이어바흐는 유물론자이기 때문에 먹는 물질이 사람을 구성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그의 의도와는 별개로 이 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되었다. 영양학자는 내가 먹은 것이 내 몸을 구성하는 영양을 잘 갖춰 먹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이 문구를 인용한다.


내가 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먹는 음식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는 흔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느 스님께서, 본인이 고기를 드셨을 때는 마음에 화가 많고 성격이 불같았는데, 고기를 드시지 않은 이후로는 좀 차분해지셨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많은 종교에서 수행의 방법으로 단식, 채식 등의 식생활을 하는 것이 우연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한편 저 말은 사람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연관해서 해석할 수도 있다. 아주 오랫동안 음식과 의복은 그 사람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표상하는 것이었고, 사회적으로 규제의 대상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도 조선 시대에는 3첩, 5첩, 7첩, 12첩 등 신분에 따라 차릴 수 있는 식사가 정해져 있던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저런 규제는 없지만, 드라마에서 인물이 먹는 음식은 그 사람의 사회경제적 능력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주인공은 라면을 먹고, 부유한 등장인물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식이다.


요즘은 식생활이 풍요로워진 덕에, 개인의 어떤 특성을 드러내는 요인이 되었다. 최근에는 먹는 행위가 나를 표현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한때 와인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자신이 교양 있고 세련된 사람임을 은근히 나타내는 수단이었다. 몇 년 전부터 SNS에는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요리했는지 기록하는 사진과 영상들로 넘쳐난다. 주말마다 맛집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맛집 탐방은  그냥 음식을 먹는 의미가 아니라 일종의 새로운 경험을 하는 놀이의 하나이고, 맛집 탐방을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이다.


요즘에는 음식에 윤리적 의미도 덧붙인다.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를 나타내기도 한다. 결과물로서의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그 재료가 어디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면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관심이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 없는 음식도 많다. 예를 들어 아보카도는 관개 용수가 많이 필요해 물 부족과 산림 파괴를 야기한다. 새우 양식을 위해서 맹그로브 습지가 파괴된다. 매년 되풀이되는 구제역, AI는 공장식 축산의 그늘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생각하자면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사회는 너무나 복잡하고, 나는 무슨 수를 써도 이 모든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나타내는 일이다. 그가 먹는 것이 그 자신을 표현한다.  

음식을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영양이나 자연 원료 식품을 먹을 것이다. ‘내 입을 얼마나 즐겁게 하는가?’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맛있는 음식을 우선 순위에 놓고 선택할 것이다. ‘내가 먹는 것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할 때는 환경과 사회적 문제를 생각할 것이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은 나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이전 17화 채식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