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열매 Jan 10. 2024

선물은 이 남자처럼

한 달 만에 패딩사주는 너란 남자

 그와는 연애 초반부터 이벤트가 많았다. 만난 지 한 달도 안 돼서 크리스마스가 있었고 한 달 뒤에는 내 생일이 다가왔다. 만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것 같았고 선물에 대한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크리스마스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생일날이 다가오자 전부터 내가 가보고 싶다고 했던 에프터눈 티세트를 먹으러 가자며 예약을 해주었다. 그와 함께 생일을 보낼 생각에 나는 들뜨기 시작했다.


 생일 당일이 되었다. 12시 땡 하자마자 나는 그에게 가장 먼저 생일축하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 연락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12시라는 시간이 중요한 것도 아닌데 어린애처럼 괜히 한 시간 지날 때쯤엔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알고 잠들기 전에 바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퇴근하고 만나서 즐거운 시간 보내자고 말을 건네왔다. 


 다음날 나는 퇴근 후 바로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항상 설레서 퇴근하면서부터 걷지 않고 신난 강아지처럼 뛰어갔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밝은 얼굴로 안아주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는 나와 함께 거실에 있다가 몰래 혼자 작은 방으로 가 부스럭부스럭 거리며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했다. 눈치 빠른 난 케이크 하려나보다 하고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는 주문 주문 제작 케이크에 주문 제작 액자, 편지까지 손수 준비해서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주문제작 케이크를 만들어보기만 했지 받아보기는 처음이라 정말 너무너무 감동이었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보통 여자들이나 해줄 만한 선물을 그는 참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편지도 어찌나 잘 쓰는지 이런 따뜻하고 자상한 마음은 나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에프터눈 티세트를 먹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평소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그는 원피스에도 어울릴만한 예쁜 패딩을 사줬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큰 선물을 받아도 되나 싶었지만 그와는 앞으로 서로 생일 챙겨줄 일이 많을 것 같았다. 나도 다음 그의 생일에 내가 받은 것처럼 꼭 그를 기쁘게 해 주리라 다짐하며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선물은 받는 사람은 물론이고 주는 사람마저도 기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상대방이 무엇을 받으면 기뻐할지 생각하며 주는 마음과 상대방의 정성을 생각하며 고맙게 받는 마음 그리고 좋은 날에 받은 만큼 나도 보답할 줄 아는 마음. 이 세 가지가 만나면 사랑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앞으로 그와 함께하는 기념일들이 더욱 기대되는 날이었다.

이전 03화 썸, 고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