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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열매 Jan 03. 2024

썸, 고백

"나한테 할 말 없어?"

 그와의 두 번째 만남이 잡혔다. 그는 나의 퇴근시간에 맞춰 회사 앞으로 찾아와 주었다. 횡단보도에서 그가 어디에 있나 찾고 있는데 마침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면서 사람들이 건너오고 있었다. 한 남자가 마스크를 쓴 채 나를 보며 활짝 웃으며 뛰어왔다. 한 번 밖에 본 적이 없기도 하고 너무 예쁘게 활짝 웃으며 뛰어오기에 순간 '이 사람이 맞나?'싶어 나도 같이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나 맞아!"라고 그가 먼저 말해주었다. 그제야 나도 활짝 웃어 보였다. 내 얼굴에서 당황한 게 매우 티가 났다고 한다.


 우리는 그날부터 매주 두 번씩은 만나며 빠르게 가까워졌다. 퇴근하고 통화도 오래 했다. 이때 내가 매우 바쁜 시기 었는데 연락이나 만남에 있어서 소홀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도 내가 바쁜 걸 알아서 걱정하면서도 배려해 주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네 번째 만났을 때쯤인가 그는 나에게 여러 의미로 잊을 수 없는 고백을 해왔다.


 그날은 뭔가 평소랑 분위기가 좀 달랐다. 소파에 둘이 나란히 앉아있는데 이상하게 긴장감이 생기는 게 마치 누가 먼저 고백하나 타이밍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속으로 '나랑 사귀자.'라고 말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처음에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잘못을 추궁할 때 여자들이 자주 쓰는 말 아닌가.


-"어? 할 말 없냐고?"

-"응 나한테 뭐 할 말 없어?ㅋㅋㅋ"라고 말하며 그가 웃는데 그제야 눈치채고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져서 소파 옆으로 숨어버렸다.


-"뭐... 뭐! 뭐!!!"


 나는 소파 옆에 숨어서 연신 "뭐!"라는 말만 해대며 말도 못 하고 어버버 거리면서 쿠션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기에 바빴다.


 그는 웃으면서 "장난이고~"라고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때 그의 생각지도 않은 멘트에 너무 당황해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는 뭐 할 말 없냐며 시작한 말과는 다르게 아주 정성스럽게 준비한 말들을 꽤 길게 했다. 기억나는 대로 말해보자면 앞으로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 하고 싶고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었다. 내가 하려던 말이었던 "나는 사귀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성스러운 말이었다. 순간 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왜 고작 다섯 글자밖에 생각하지 못했는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준비한 게 있다며 "별거는 아닌데…"라며 내게 핸드크림과 손 편지를 전해주었다. 고백하면서 선물 준비하는 사람도 처음이라 누군가에겐 별거 아닐 수 있는 핸드크림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다. 언니랑 형부에게도 나를 소개해줘서 고맙다며 작은 선물을 사서 전해달라며 내게 주었다.


 첫 만남부터 고백까지 항상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그에게 나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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