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만 또 가진 않습니다만
워낙에 갔던 곳 또 가고 또 가는 걸 좋아하지만 여행을 가면 촉박한 시간 내에 다양한 곳을 가보게 된다. 장기 여행을 하니 갔던 곳을 또 가도 시간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The Booksmith Bookshop
작은 책방 겸 카페. 책갈피와 엽서같은 간단한 소품도 판매하고 있어서 두 번 갔다. <서울> 이라는 한국어 제목의 디자인 북 외에 한국어로 된 책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공간 자체가 차분해서 좋았다.
처음 갔을 때 눈길을 끌었던 책이 한 권 있다. 영어를 읽을 줄 안다고 해도 모르는 단어들이 있으니 왠지 펼쳐보다보면 숙제처럼 될까 싶어 내려놨다. 다시 왔을 때도 눈에 띄면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들어갔는데, 없었던 걸 보면 나와 운명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책은 simpler life에 관한 내용이었다.
Dibdee Binder
올드타운에 있는 빈티지 문구소품샵. 이 곳의 소개를 봤을 때 사장님이 문구에 진심이신 것 같다는 말이 있어서 궁금했다. 방문해보니 기념품용이라기보다 정말 오브젝트처럼 문구를 위한 공간 같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빈티지 제품들도 많아서 혹시 뭔가 바뀌었을까 싶어 바로 앞에 있는 바트커피 가볼 겸 두 번 가봤다. 텀이 길지 않았어서인지 제품이 바뀐 것은 없었다.
+ 바트커피는 다른 의미로 또간집. 두 번 도전했는데 두 번 다 문이 닫혀있었다. 사람들 후기를 보면 비정기적으로 문을 닫으시는 것 같았고, 세 번 다섯 번 만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인스타그램 운영하시지만 휴무에 대한 공지를 따로 보진 못했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쿤깨 쥬스바가 있으니 문이 닫혀있으면 당황하지 말고 거기에 가서 스무디나 요거트볼을 먹으면 된다. 나는 joost보다 쿤깨가 더 맛있었다. 다만 에어컨은 없다.
Kalm Village chiangmai
올드타운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편집샵부터 갤러리, 식당, 카페, 도서관이 전부 모여있고 곳곳에 쉴 수 있는 그늘과 좌석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수요일에는 쉬고, 이용시간은 오후 6시 30분까지여서 한나절 시간 보내다 점심 겸 저녁 먹고 일정 마무리하기 딱 좋았다. 금토일에는 선셋요가를 해볼 수 있다는데, 시도해보셨는지 어떤 분이 "너무 더워서 못 하겠어"라며 도서관에 들어오시는 걸 듣고 안 갔다.
특히 자주 갔던 곳은 도서관인데, 카페에 들어가서 신발을 벗고 2층으로 올라가면 책상 좌석은 물론 쇼파와 흔들의자까지 있어 누워서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여기서 노트북도 하고 책도 읽고 뜨개질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지 한 세번째 갔을 땐 전체 이용하는 사람 중 한국인이 제일 많이 보였던 것 같다.
Unclepan
친절한 사장님과 맛있는 음식. 사실 구글맵 리뷰가 알려주듯 사장님은 누구에게나 친절하신 분이고 맛 또한 많은 칭찬 후기가 있었던, 말 그대로 거기 존재하던 가게에 운 좋게 찾아간 것이지만. 그런 우연은 특별하고 고마워서 어떤 사람의 마음을 채워주기도 한다.
갑자기 찾아온 울적한 기분에 내가 왜이러나 싶어 누워있다가 지구오락실을 보고 '아 나도 밥 먹어야지' 하고 나가서 먹었던 카오팟까이. 입맛 없다고 노래를 부르다가 기분마저 나아진 채로 숙소에 돌아갔다. 그러고 다음날 요가한 다음 팟타이 먹으러 재방문. 양 되게 많다. 맛있어서 다 먹고 싶었는데 배불러서 남겼다.
FOHHIDE
뷰가 다한 카페. 맑은 날도, 비가 오던 날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그저 콘텐츠였던 취향저격 카페였다.
Playworks shop&cafe
문구, 옷, 패브릭 소품이 모여있던 편집샵이자 카페. 포셋을 연상시키는 듯 엽서가 가득한 책장이 있었고 같은 디자인의 포스터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었다. 핀뱃지나 마그넷, 스티커도 있어서 한 번 슥 보고는 눈에 아른거려 한 번 더 갔다.
여행을 하다보면 기쁜 것도 슬픈 것도 더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이 과장된 감정을 생생하게 나눌 사람이 없다. 마음이 상했을 때 같이 시원하게 욕해서 기분을 털어버릴 수 없고, 좁은 인도에서 길을 비켜주다 마주한 미소를 보거나 발길 닿는대로 들어간 식당의 밥이 맛있다고 호들갑 떨면서 같이 감동받을 수도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 세세히 내 감정들에 집중할 수 있다. 감정의 첫 시작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서, 상한 마음의 원인을 찾아보기도 하고 기분 좋았던 작은 순간들은 기록으로 남긴다. 그렇게 스스로 또 알아가본다. 여행의 끝엔 지금보다 아는 것이 조금은 더 많을테니 약간은 너그러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