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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lhee May 30. 2024

ep5. 치앙마이 하면 생각나는 거기, 올드타운

갖고 다니는 배낭 속엔 노트북과 다이어리와 뜨개질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챙긴다. 나가면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골목을 돌아다녀도 나무와 아카시아가 보이는, 관광객이 많으면서도 또 웨이팅은 없는. 

그런 동네를 돌아다니다보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자꾸만 깜빡한다.

길가 곳곳에 핀 꽃 너무 예뻐

정사각형 게이트 속 올드타운의 진짜 명소는 카페나 밥집보다 하늘과 나무가 어우러진 골목 골목이지만, 사실상 올드타운 안과 게이트 근처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가장 길기 때문에 또간집 또또간집 많지만


coffe Let it be & Bar

구글맵 후기에 진짜 치앙마이를 보았다는 말이 있어서 가봤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와 자연바람에 의존해야하는 곳. 아침에 갔는데 정오쯤 되니까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나갈 정도로 정수리가 뜨거워지는 카페. 

치앙마이 대부분의 카페에서 오렌지 아메리카노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여기 별 다섯개 드립니다. 혹시 주문이 잘못되었나?싶을 때쯤 오렌지주스와 에스프레소 샷을 따로 갖다주시며, 프레쉬한 주스를 좀 마시다가 샷을 넣어서 마시라고 알려주셨다. 한입 마셔본 주스에 눈을 크게 뜨고 좀 더 마시다 샷을 부어주면 맛있는 오렌지 아메리카노 완성.


숙소 근처라 그랬는지, 현지인이 아닌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 손님이었던 카페인데 사장님께서 한 명 한 명 계산하며 말을 걸어주셨다. 오고 싶으면 또 와도 돼~ 하면서 웃어주시는데 너무..러블리하셔서 자꾸 생각난다.


쿤캐 주스바

너무너무 유명한 주스바. 사실 이 근처에 바트커피, 나나이로, 딥디바인더 다 모여있어서 어느 한 곳이 닫혀 있어도 실망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블록이다. 

쿤캐 주스바는 음료도 그렇지만 스무디볼이 유명하다. 주문하면 바로 갈아주시는데 망고+패션후르츠도, 믹스베리도, 아사이볼도 모두 맛있었다. 


바트커피

3트만에 성공! 사실 세번째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열려있길래 아 오늘이다, 하고 들어갔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카페답게 벽면 빼곡히 적힌 낙서에 한국말이 유독 잘 보였다. 

더티라떼 맛집답게 맛있었지만 여행기간이 짧다면 필수로 들르진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도 들른 김에 앞에 있는 dibdee binder나 쿤캐주스바 묶어서라면 가볼 만 하다. 뭔갈 사갖고 나오진 않았지만, 같은 블록 안에 나나이로 라는 빈티지 의류와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예쁜 공간도 있다.


Bagel house cafe

베이글이 쫀득하고 속재료를 잔뜩 넣어주는 샌드위치 맛집. 한국 빵집도 맛있는 곳 많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글루텐 프리에 비건이라는 말이 반가웠던 베이글 하우스.


Needle and clay / BrownColi cafe (같은 장소)

귀여운 도자기 소품들과 뜨개 소품들이 많았던 곳. 그래서 이름이 needle and clay인가보다. 카페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게이트 앞 나무도 예쁘고, 채광이 좋아서 생각보다 오래 뜨개질하다 나왔다. 귀여운 소품 구경은 덤.

이 접시도 만드신 것으로 추정됨
Khom Chocolate house

간식 중에 초콜릿을 제일 좋아한다. 시그니처인 초코 케이크도 맛있고, 콜드브루도 맛있었다. 디저트를 먹으면 꼭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버릇이 있어 초코 음료를 마셔보지 못했는데, 한 번 더 가서 마셔봐야겠다. 왜냐면 다들 케이크는 안 먹어도 음료는 마시고 있더라고.. 그리고 두건과 앞치마 차림의 사장님 너무 귀여우시고 친절하시다. 메뉴판 보면서 고민하니까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면서 천천히 고르라고 하셨다. 


Around Town coffee

사실 이 옆에 다른 카페를 찾아가다가 비가 올 것 같아서 들어간, 수안독 게이트 옆 작은 카페. 게이트가 어렴풋이 보이고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아 여기 나중에 기억나겠다 싶었는데, 피치 아메리카노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한 번 더 반해버렸다. 내부가 작아서 오래 있긴 어렵지만 테이크아웃 해서 게이트 따라 산책해보세요.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카페나 식당들이 대부분이다. Mahoree 재즈펍을 제외하고는 다 사용했던 것 같다. 이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한 카페는 '커피 먼저 맛보세요', 베이글 집은 '우리는 베이글을 사랑해', 어떤 곳은 7 7개, 또 다른 곳은 8 10개로 행운의 숫자를 넣은 듯 보였다. 한국에서는 1부터 0까지 쓰거나 기본 설정된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곳들을 더 많이 봤던 것 같아서 이런 센스들이 귀여웠다. 


unclepan 못 잊어서 비슷해보이는 음식을 두 번 더 도전해봤다. 유명한 란조크 파렉과 숙소 근처 Thai Food. 카페를 목적지로 출발해서 배고파지면 주변 밥집을 찾아가느라 더위와 파리를 쫓으며 먹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곳 다 맛있고 친절했지만 그 맛은 아니었다. 이 정도 했으면 그냥 한 번 찾아가야겠다.


바트커피에 누군가 남기고 간 말
"인생은 결국 혼자지만 인간은 결국 혼자일 수 없음을".


서럽다는 기분을 딱 두 번 느꼈다. 비가 너무 와서 20분 거리를 70분 걸려 들어갔을 때, 그리고 사람에게 데였을 때. 비가 너무 많이 왔던 날은 좀 웃기기도 했어서 인스타그램에 나의 불행을 전시해보았고 사람에게 데였을 때는 친한 사람들에게 마구 일렀다. 나 이런 일 있어서 무서웠어, 하면서. 생각만 하던 게 말로 내뱉어지면 감정이 더 올라오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하나의 털어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혼자 여행을 하며 나를 만만한 상대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을 만나 속상한 마음이 계속됐을 즈음. 한국인과 눈만 마주쳐도 울컥해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먼저 한국분이냐며 말을 걸어주셨다. 필통의 다이노탱 그림을 보고 한국인인 걸 아셨다고 하는데 그것도 반갑고, 아주 잠깐의 대화가 너무 다정하고 따뜻했다.  


혼자인 게 좋은 나 역시도 결국 혼자일 수 없는 인간이라서. 사람에게 받은 속상함은 사람으로 또 치유할 수 있는 것이라서. 여행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정리하게 하고 다시 또 일상을 준비할 에너지를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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