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다니는 배낭 속엔 노트북과 다이어리와 뜨개질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챙긴다. 나가면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골목을 돌아다녀도 나무와 아카시아가 보이는, 관광객이 많으면서도 또 웨이팅은 없는.
그런 동네를 돌아다니다보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자꾸만 깜빡한다.
정사각형 게이트 속 올드타운의 진짜 명소는 카페나 밥집보다 하늘과 나무가 어우러진 골목 골목이지만, 사실상 올드타운 안과 게이트 근처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가장 길기 때문에 또간집 또또간집 많지만
coffe Let it be & Bar
구글맵 후기에 진짜 치앙마이를 보았다는 말이 있어서 가봤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와 자연바람에 의존해야하는 곳. 아침에 갔는데 정오쯤 되니까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나갈 정도로 정수리가 뜨거워지는 카페.
치앙마이 대부분의 카페에서 오렌지 아메리카노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여기 별 다섯개 드립니다. 혹시 주문이 잘못되었나?싶을 때쯤 오렌지주스와 에스프레소 샷을 따로 갖다주시며, 프레쉬한 주스를 좀 마시다가 샷을 넣어서 마시라고 알려주셨다. 한입 마셔본 주스에 눈을 크게 뜨고 좀 더 마시다 샷을 부어주면 맛있는 오렌지 아메리카노 완성.
숙소 근처라 그랬는지, 현지인이 아닌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 손님이었던 카페인데 사장님께서 한 명 한 명 계산하며 말을 걸어주셨다. 오고 싶으면 또 와도 돼~ 하면서 웃어주시는데 너무..러블리하셔서 자꾸 생각난다.
쿤캐 주스바
너무너무 유명한 주스바. 사실 이 근처에 바트커피, 나나이로, 딥디바인더 다 모여있어서 어느 한 곳이 닫혀 있어도 실망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블록이다.
쿤캐 주스바는 음료도 그렇지만 스무디볼이 유명하다. 주문하면 바로 갈아주시는데 망고+패션후르츠도, 믹스베리도, 아사이볼도 모두 맛있었다.
바트커피
3트만에 성공! 사실 세번째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열려있길래 아 오늘이다, 하고 들어갔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카페답게 벽면 빼곡히 적힌 낙서에 한국말이 유독 잘 보였다.
더티라떼 맛집답게 맛있었지만 여행기간이 짧다면 필수로 들르진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도 들른 김에 앞에 있는 dibdee binder나 쿤캐주스바 묶어서라면 가볼 만 하다. 뭔갈 사갖고 나오진 않았지만, 같은 블록 안에 나나이로 라는 빈티지 의류와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예쁜 공간도 있다.
Bagel house cafe
베이글이 쫀득하고 속재료를 잔뜩 넣어주는 샌드위치 맛집. 한국 빵집도 맛있는 곳 많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글루텐 프리에 비건이라는 말이 반가웠던 베이글 하우스.
Needle and clay / BrownColi cafe (같은 장소)
귀여운 도자기 소품들과 뜨개 소품들이 많았던 곳. 그래서 이름이 needle and clay인가보다. 카페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게이트 앞 나무도 예쁘고, 채광이 좋아서 생각보다 오래 뜨개질하다 나왔다. 귀여운 소품 구경은 덤.
Khom Chocolate house
간식 중에 초콜릿을 제일 좋아한다. 시그니처인 초코 케이크도 맛있고, 콜드브루도 맛있었다. 디저트를 먹으면 꼭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버릇이 있어 초코 음료를 마셔보지 못했는데, 한 번 더 가서 마셔봐야겠다. 왜냐면 다들 케이크는 안 먹어도 음료는 마시고 있더라고.. 그리고 두건과 앞치마 차림의 사장님 너무 귀여우시고 친절하시다. 메뉴판 보면서 고민하니까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면서 천천히 고르라고 하셨다.
Around Town coffee
사실 이 옆에 다른 카페를 찾아가다가 비가 올 것 같아서 들어간, 수안독 게이트 옆 작은 카페. 게이트가 어렴풋이 보이고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아 여기 나중에 기억나겠다 싶었는데, 피치 아메리카노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한 번 더 반해버렸다. 내부가 작아서 오래 있긴 어렵지만 테이크아웃 해서 게이트 따라 산책해보세요.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카페나 식당들이 대부분이다. Mahoree 재즈펍을 제외하고는 다 사용했던 것 같다. 이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한 카페는 '커피 먼저 맛보세요', 베이글 집은 '우리는 베이글을 사랑해', 어떤 곳은 7 7개, 또 다른 곳은 8 10개로 행운의 숫자를 넣은 듯 보였다. 한국에서는 1부터 0까지 쓰거나 기본 설정된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곳들을 더 많이 봤던 것 같아서 이런 센스들이 귀여웠다.
unclepan 못 잊어서 비슷해보이는 음식을 두 번 더 도전해봤다. 유명한 란조크 파렉과 숙소 근처 Thai Food. 카페를 목적지로 출발해서 배고파지면 주변 밥집을 찾아가느라 더위와 파리를 쫓으며 먹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곳 다 맛있고 친절했지만 그 맛은 아니었다. 이 정도 했으면 그냥 한 번 찾아가야겠다.
바트커피에 누군가 남기고 간 말
"인생은 결국 혼자지만 인간은 결국 혼자일 수 없음을".
서럽다는 기분을 딱 두 번 느꼈다. 비가 너무 와서 20분 거리를 70분 걸려 들어갔을 때, 그리고 사람에게 데였을 때. 비가 너무 많이 왔던 날은 좀 웃기기도 했어서 인스타그램에 나의 불행을 전시해보았고 사람에게 데였을 때는 친한 사람들에게 마구 일렀다. 나 이런 일 있어서 무서웠어, 하면서. 생각만 하던 게 말로 내뱉어지면 감정이 더 올라오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하나의 털어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혼자 여행을 하며 나를 만만한 상대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을 만나 속상한 마음이 계속됐을 즈음. 한국인과 눈만 마주쳐도 울컥해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먼저 한국분이냐며 말을 걸어주셨다. 필통의 다이노탱 그림을 보고 한국인인 걸 아셨다고 하는데 그것도 반갑고, 아주 잠깐의 대화가 너무 다정하고 따뜻했다.
혼자인 게 좋은 나 역시도 결국 혼자일 수 없는 인간이라서. 사람에게 받은 속상함은 사람으로 또 치유할 수 있는 것이라서. 여행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정리하게 하고 다시 또 일상을 준비할 에너지를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