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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lhee May 23. 2024

ep3. 치앙마이의 성수동, 님만해민

익숙한 분위기와 낯선 물가 반가운 한국어와 시원한 에어컨

저렴한 물가라지만 그럼에도 다른 지역보다 조금 물가가 높다는 님만해민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치앙마이의 카페와 음식점과 쇼핑몰을 추천하는 콘텐츠가 많았던 덕에 어렵지 않게 갈 곳들을 골라 갔다. 


그 중에서도 좋았던 카페라면, (*가게명에 구글맵 링크 첨부)

FOHHIDE

문을 직접 열어야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저 멀리 도이수텝이 보이는 창밖 뷰로 유명한 카페 fohhide가 있다. 님만해민에 머물며 유일하게 두 번 갔던 카페인데, 맑은 날은 맑은대로 비 오는 날은 비 오는대로 바깥 풍경이 예쁘다. 


감성카페 느낌이라 노트북을 하거나 일기를 쓰기에 좋은 책상은 아니다. 하지만 <창 밖을 보면서 멍때리기>라는 자체 콘텐츠가 있다. 더티라떼와 오렌지 아메리카노 둘 다 맛있었다.

비가 오면 일부러 통창이 있는 카페를 찾아가기도 한다. 빗소리 듣는 것도 좋고, 비가 오는 날에는 대기 중 물방울이 향을 머금어 커피 향이 더 잘 난다고 하기 때문이다. 테라스 좌석이 있는 FOHHIDE도 사실 그래서 비 그치기 전에 헐레벌떡 재방문한 것인데, 그 좌석은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 주의..


사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멀찍이 있는 도이수텝보단 창문 바로 앞 나무. 창 밖을 보다가 꽃 이름이 궁금해져서 네이버 사진검색을 해봤는데, 꽃 이름이 아니라 딱 나랑 같은 구도로 찍은 사진들만 관련 결과물로 주욱 보였다. 좀 더 찾아보니 치앙마이에는 홍아카시아가 많은 것 같아 그 종류 중 하나일까 추측해보았다.


Hang and Craft

카페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공예품도 판매하고 있는 카페.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 작은 코끼리 조각과 함께 준다. 내부는 넓고 콘센트도 있고, 조용히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바깥으로 나가면 있는 화장실 가는 길에 도마뱀이 보이는, 적당히 치앙마이 느낌은 나지만 시원하게 노트북 하기에는 좋은 카페였다.

걷다가 뜬금없이 좋아보이는 곳에 들어가는 것을 즐기는 편. 

그런 곳이 알고보니 저장해뒀던 곳일 때에는 더 기분이 좋다. 


shift cafe - coffee and toast

간단히 토스트 먹기 좋은 카페. 여러 종류의 토스트와 커피 메뉴가 있다. 내외부 좌석이 모두 있어서 바깥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 그랩 배달로 아침을 먹기도 하는지 기사님들이 굉장히 많이 계셨다. 실제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작은 내부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Roast8ry

라떼아트로 유명한 라떼맛집. 본점 말고 플래그쉽으로 갔는데, 스타벅스 리저브가 생각나는 블랙톤에 살짝 어두운 분위기로 내외부 좌석이 모두 있다. 내부 좌석에는 콘센트가 중간중간 있어 충전을 하며 작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번쯤 가서 정교한 라떼아트도 보고 쉬어가기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보카도 주스로 유명하다는 joost smothies

오후 4시쯤 방문하니 아보카도 종류는 이미 품절이라고 한다. 

대신 마신 망고 요거트 스무디도 양이 많고 맛있었다.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더 많다고 상처가 치유되는, 그런 상대성은 없다.
- 천선란,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p.137


물론 뒤에 남겨둘 것은 남겨두고, 흘릴 것은 흘리며 앞으로 나아가야겠지만. 어떤 마음은 쨍쨍한 날씨와 어우러진 새소리 그리고 맛있는 커피로도 지울 수 없는 것이어서. 


혼자 고요히 시간을 보내며 먹고싶을 때만 먹고 쉬고 싶으면 쉬고,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들로 하루를 채우는 장기 여행은 당연히 평소에 보내던 일상보다 '좋은' 일이 더 많다. 그렇기에 기분이 처질 때면 한국에서보다 더 나의 우울이 용납되지 않아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수분 가득했던 나의 봄이 건조한 햇빛 아래 바싹 말려지기라도 했으면 했던 걸까. 

열흘 가까이 여행을 하면서 도대체 난 뭘 찾으러 여기까지 왔고 왜 여기에서도 울적하며 행복할 수 없는 것인지, 마음이 살짝 눌려 있었다. 행복한지, 즐거운지 묻는 질문엔 차마 "아니"라고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응, 너무 좋아"라고도 못하겠어서 답을 피하기도 했다. 


그럴 때는 이미 다른 나라에 와있지만 더 다른 나라스러운 곳을 찾아갔다. 

정갈한 님만해민에서 치앙마이스러운 공간이 필요할 때는 주로 밥집에서 충전했다. 


Unclepan

두 번 간 맛집. 카오팟까이, 팟타이 모두 다 맛있었다. 한 번 더 갔는데 문을 안 여셔서 못 간 게 아쉬울 정도. 아마 여기 있다가 카오팟까이 맛집을 또 발견하지 못하면 또 갈지도 모른다. 

태국어로 맛있다는 알러이. 괜히 한 번 소심하게 알러이, 라고 말해보았는데 순간 사장님 얼굴에 미소가 말그대로 '번졌다'. 온 얼굴로 웃으며 쌍따봉을 날려주시던 표정이 생생하다.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이 "감사합니다. 맛있어요"라고 어색하게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와 같은 기분이셨을까? 


씨야어묵국수집

한국인들이 해장하러 많이 온다는 후기가 있었던 어묵국수집. 똠얌 어묵국수가 맛있었다. 

여기도 또 오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른 것 먹다보니 다시 가진 못했다. 그래도 생각나는 맛. 3시까지만 영업하셔서 저녁을 먹을 수는 없다. 여기 갔다가 Hang&Craft가면 동선이 좋다. 골목 하나 끼고 건너편에 있다.


카오쏘이 맛집

1) Pa Kiang Noodles Shop

카페에서 나와서 숙소로 돌아가다가 구글맵을 보고 우연히 간 길거리 국수집. 물을 사야하는 곳들이 종종 있었어서 얼음물을 가져다주시는 곳을 발견하면 고맙게 느껴진다. 사실 아래 갔던 카오소이 님만보다 여기가 좀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길거리 음식은 뜨거운 열기를 고대로 받으며 천막 그늘과 선풍기 바람에 의존해 먹어야 하는데, 괜히 그게 더 현지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같다. 내내 무표정이시던 사장님도 계산하고 맛있었다고 말씀드리니 함박 웃음을 지어주셨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괜히 기분 좋고 가뿐했다. 


2) 카오소이 님만

아주 짧은 웨이팅을 했던 곳. 더운 날씨때문인가, 가게 처마 끝에서 미스트같이 물을 뿌려주는 곳이 있는데 여기가 그랬다. 좌석이 많아 오래 기다리지 않았고, 야외 좌석이 유명한지 자리가 났는데 안쪽 좌석도 괜찮냐고 묻고 안내해줬다. 시원한 곳에서 먹고싶었기 때문에 바로 오케이. 미슐랭 맛집이라고 해서 한 번 가보았는데 bgm으로 닭 울음소리를 자꾸 들려줘서.. 먹는데 좀 신경이 쓰였다. 맛은 카오쏘이맛. 


까이양 청더이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닭구이 맛집.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한국 식당같이 느껴질만큼 한국인이 많았다. 웨이팅이 있을 때도 있다는데, 애매한 3시쯤 갔더니 사람이 많지 않았다. 대표 메뉴인 닭 구이와 상큼한 옥수수 쏨땀을 같이 먹으면 조합이 정말 좋다. 


..물론 이 추천이 무색하게 진짜 기운을 차리고 싶을 때는 한식당에 갔다. 태국 음식 다 맛있다길래 컵라면은 무슨 컵라면~ 가서 태국 컵라면 먹어보고 그래야지, 라고 했던 과거의 나야. 까불지 말고 신라면 챙겨..


홀홀 혼자 여행을 왔는데 한국인을 보면 괜히 반갑다. 속으로 말 거는 상상을 하지만 실천하진 않는다.

그리고 성수동, 압구정 하면서 자꾸 한국과의 공통점을 찾는다. 


그 래 서

치앙마이에서 한국감성 카페를 느끼고 싶다면.

LOT cafe

들어가기 전부터 한국인과 눈 마주쳤다. 시원한 곳을 찾던 중이었어서 속으로 아 됐다 하고 들어갔다. 깔끔하고 넓은 내부 공간에 콘센트도 있는 듯 보였다. 숙소 근처라 한 번 더 노트북 들고 가야지, 생각했지만 막상 다른 카페들 가느라 다시 가진 않았다. 


Yelloo 

정말 너무 더워서 에어컨 나오는 실내가 필요해서 홀린 듯이 들어간 카페. 

Morestto

3층을 전부 사용하면서도, 중간 중간 공간 활용을 잘해서 좌석이 많았던 카페. 오렌지 아메리카노를 아마 여기서 처음 마셔봤던 것 같은데, 맛있었다. 시원하게 창문도 있고 커다란 거울, 잎이 큰 식물들로 다음 행선지를 고르며 쉬러 온 사람들과 SNS 업로드용 사진 찍으러 온 것 같은 사람들이 어우러졌다. 


왠지.. 님만해민을 들르지 않고 치앙마이를 떠날 것만 같았는데 한 번은 더 가야할 것 같다. 

사람은 기억으로 살아간다는 오은영 박사님의 말씀이 역시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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