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캉왓 근처에서의 3박 4일
밤 11시가 다 된 시간 공항에 내려 어찌저찌, bolt를 잡아 도착한 숙소에서는 개구리들이 목청높여 울고 있었다. 한국에서 들어보지 못한 말그대로 커다란 개구리들의 개굴개굴이었다.
쟤네 저러다 숨 넘어가겠다고 생각하면서 체크인하고, 다음날은 새와 닭 소리에 잠이 깼다.
한국에서 느꼈던 시골과 다른 차원의 시골이구나,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반캉왓(Bankangwat)
예술가들의 공동체 마을답게 수공예품샵이 많다. 클래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 판매할 제품을 직접 만들고 있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카페와 식당도 함께 있어 더운 날씨에 음료나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가보고 싶었던 서점이 있어 방문한 것이 큰데, 휴업 중이라고 한다. 평일에도 상시 오픈하지만 주말이 되면 많은 플리마켓 부스들이 모여 볼 거리가 훨씬 다양하다.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작업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여주는 일이란 어쩐지 대단하다. 판매되는 것은 작업의 결과물이지만 그 과정 마저도 판매할 수 있다는 듯이, 내가 만든 이 제품은 이렇게 열심히 애정을 담아 만들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듯이.
왓람펑
숙소에서 골목을 따라 걸어나가다보면 있던, 명상으로 유명한 사원.
분위기가 엄숙해서 카메라를 한 번도 들지 못했지만 새 소리와 고요히 명상하는 사람들이 참 잘 어우러진다고 느꼈다. 명상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흰 옷을 위아래로 입고 수련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지금 치앙마이는 꽤나 덥지만, 아침 10시 전후로는 좀 걸어다닐만 하다. 이 즈음 산책하기 좋았다. 11시 이후로는 .. 그늘진 곳에 있는 게 좋다.
숨 고르기가 필요할 때나 가만히 잠들고 싶을 때 명상을 찾는다.
보통 마음이 시끄러울 때인데, 그러다보니 명상을 하고 있는 저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명상을 하고 있는 걸까 그 시작점이 문득 궁금했다.
아디락 피자 (Adirak pizza)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곳답게 계산하고 나오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혼자 한 판 못 먹을 사이즈는 아닌데, 역시 피자는 여러 맛을 먹어야 더 맛있다. 토마토와 양파 토핑이 잘게 잘려 올라간 '아디락 피자' 를 먹었다. 에어컨이 나와 시원했지만, 그만큼 치즈가 빨리 굳었다는 것. 여기에 간다면 에어컨과 떨어진 자리에 앉으세요.
내가 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사람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피자를 씹었다.
혼자 와서 밥을 먹어도 '아 저 사람 지금 음식을 즐기고 있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섭취하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근데 그게 맞다.. 더우면 입맛이 떨어지는데 커피로만은 충전이 잘 되지 않아서 밥을 먹는다. 그치만 지금까지 먹은 것 중에 맛없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 맛있었다.
บ้านเฮือนแก้วกาแฟ
친절한 주방장과 사장님의 미소가 생각나는 곳. 단 맛이 느껴지는 카레 베이스에 계란 면과 얇은 튀김이 올라가는 카오쏘이를 먹었다. 남기지 않고 한 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 혼자 간다면 굳이 큰 사이즈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이후에도 카페와 서점을 같이 운영하는 곳에 가본 적 있는데, 매출을 분리하여 관리하는지 스캔 코드를 달리하셔서 계산하는 곳도 서로 달랐다. 밥을 먹으면 이 쪽에서 스캔, 커피를 마시면 저 쪽에서 스캔.
페이퍼스푼 (Paper Spoon)
수공예품과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로컬 카페.
1층에는 닭이 산책하고 2층에 올라가면 파릇한 나무가 가득한 창문이 있다.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선풍기와 자연바람에 의존해 더위를 식히고, 차가운 타이 티를 마시면서 읽는 <아무튼, 여름>. 의외의 감동 포인트는 카페에서 흘러나온 허회경의 <그렇게 살아가는 것>, 새소리와 어우러지니 더 기분 좋게 들렸다.
ram peong cafe
길가 야외석이 있는 로컬 카페.
실내 좌석이 있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늘 밑에서 잠시 쉬어가기 좋았다. 좋은 카페 진짜 많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곳은 페이퍼스푼이나 람펑카페 같은 자연 가득한 곳이다.
Enough for life village / 예약링크
오자마자 "와, 치앙마이다!"를 느끼고 싶어 예약했던 숙소다. 퇴사하기 전 동료분이 여기를 추천해주셨기도 한데, 혼자 쓰기 아까울 정도로 공간 곳곳이 너무 예뻤다. 아침 9시에 문 앞에 있는 테라스에 준비해주시는 조식까지도.
늦은 시간에 체크인하는데 직원분이 도와주셔서 어렵지 않게 들어갔다. 도착 전까지 예약 확인, 체크인 확인을 위해 몇 번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친절하셔서 한 달 살기의 첫 시작이 기분 좋았다.
1층에는 소품샵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유튜브에서도 여러번 보았고, 시내와 떨어진 곳임에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반캉왓 코스에 많이들 추가해서 오는 것 같다. 다만 그렇다보니 이용객들이 있는 시간에 수영장을 사용한다면 그들에게 나의 물놀이를 직관시켜주는 게 될 것 같아서.. 차마 이용하지 않았다.
여기 머무는 동안 밤마다 그렇게 비가 쏟아졌다. 천둥번개를 동반해 집이 떠내려갈 것처럼 쏟아부었다. 근데 그러고도 아침이 되면 시치미 떼듯이 맑아지고 거리가 뽀송하다. 밤에 비 뿌려줄테니까, 오늘 하루 기분 좋게 시작해라 하는 것 같았달까.
핫한 카페를 지날 때, 숙소 1층 소품샵을 구경할 때를 제외하고는 한국말을 많이 들어보지 못한 지역이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저녁에 느꼈던 외로움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에선 잘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