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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쓰는 편지

초등학교 3학년을 버텨내고 있을 너에게

by Johnstory Mar 18. 2024

아빠의 열 살, 그리고 지금 너의 열 살을 기억하며


내가 지켜내지 못했던 삶의 중요한 것들을 너는 잘 부여잡고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꼭 그렇게 되길,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덤덤하게 너의 지금을 응원해 본다.





지나고 보면 생각보다 짧을 지금의 시기가, 때로는 지루함으로 가득할 것이다.


이 시간들을 네가 가장 아끼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길.

그 시간은 예고 없이 쏟아져내리는 빗 속에서 춤을 추고, 작열하는 태양 빛 아래에서 흥건한 땀을 훔치며 친구들과 내달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그러다 주저앉고 싶을 때 언제든 엄마와 아빠의 품에 안겨 한없이 울어도, 그래도 괜찮은 시기임을 잊지 않길.

지금 함께하고 있는 이들과의 만남이 있었던 것처럼, 언젠가는 마음 아픈 이별을 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때 하릴없이 흐르는 눈물이 누군가를 위한 사랑이었음을 기억하고, 이 순간 바로 옆에 있는 친구들의 손을 언제든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건강한 열 살의 너로 성장할 수 있길.


조금은 느릴 수 있고, 때로는 뒤쳐지기도 하고, 매 순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도 없음을 받아들여

내게 다가온 행복과 행운의 감사함을,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겸손함을 잃지 않길.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네가 듣게 되는 그 잔소리는,

너의 삶을 응원하는 부모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며 무엇보다 시간이 지난 후에 가장 크게 미안해할 존재임을 잊지 않길.


그렇기에 억울한 감정이 일렁일수록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용기를 내어주길.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은, 어느 날 너를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남자가 되어있을 것이고

지금의 넌, 매일 투닥거리는 대상이 아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동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길.


교과서적인 우애를 기대하진 않으나 미움으로 가득한 귀찮은 아이로 대하지 않았으면.

너의 엄마는 너나 동생이나 같은 아픔과 고통을 통해 세상 빛을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너의 동생이기 이전에 네 엄마의 아들이니 한 사람의 소중한 존재로 아껴주고 사랑해 주길.


생각보다 긴 우리의 인생은,

그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기에

생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우리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길.


지금부터 한동안 너는 점수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제도권 내의 교육을 받게 될 것이고,

그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 한결같으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가 접하는 좋은 책을 천천히 읽고 생각하며 너만의 언어로 표현해 낼 수 있고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 주길.


누구에게나 공평한 하루의 1,440분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는 너의 선택이 될 수 있어야 하고

그 선택이란 것이 올바른 방향을 찾을 때까지 부모는 역할을 멈추지 않을 것이니 불안해하지 않기를.


많은 이들에게 메마른 사막일 수 있는 그 시간이, 네게는 그림과 음악의 예술이 함께하는, 유려하고 아름다운 산문의 시간이 되길.



지금 열 살의 네 환한 미소를

앞으로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매일을 함께 하고 싶은 엄마와 아빠는


너의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한 봄날이 되길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 주길.


-24.03.17 일요일 오후 4시 8분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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