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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감정의 성장이 시작되는 그 순간에 대하여

by Johnstory Mar 20. 2024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아주 꽤 오래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고 너무 오래전이라 이젠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언젠가 너희들에게도 첫사랑이 찾아오겠지.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에서. 그리고 그때의 정의 내리기 어려운 감정과 뒤죽박죽일 생각들 속에서 한동안 허우적 댈 거라 생각한다. 그 환호와 흥분과 설렘은 동시에 절망과 슬픔과 상처를 품고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계산 없이 그 사랑에 빠져들어 봤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 그리워지는 몇 안 되는 순간 중 하나일 테니.



그리고 그 사람에, 사랑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때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포장해서 내보이고 싶은 것들도 있겠지만, 그럴수록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마음을 보여주길 바란다. 상대를 기만하지 않고 나의 부족함 조차 인정할 수 있어야 타인의 그런 모습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감정들은 어떤 식으로든 너희들에게 흔적을 남기게 될 것이고, 많은 경우 상처로 기억될 수 있다. 간혹 아름다운 맺음으로 부부의 연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그 시절의 연애는, 사랑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갖고 있으니 안달복달하지 않아도 됨을 일러두고 싶다.




 아직은 엄마와 아빠가, 세상 유일한 사랑의 출발이길 원하고 있을 너희들이기에 이러한 얘기가 부부로서의 배신이라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었고. 허나 나뿐만이 아닌, 나의 아내 너희 둘의 엄마도 그런 설레는 감정이 세상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삼십의 후반을 살고 있는 나의 아내는, 그렇기에 사랑과 이해와 배려와 용서와 인내의 마음으로 십 년이란 세월을, 전혀 다른 성질의 나를 만나 무탈하게 보내올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픈 첫사랑의 기억은 감정의 성숙과 성장을 이끌어내기에, 난 네 엄마의 과거를 존중한다. 어떤 시간이든 지금 아빠와 함께 살아가는 시간에 자양분이 되고 있음을 믿는다.


 

 사랑의 기억은, 첫사랑으로 기억되고 보관되었던 감정은 내 삶의 한 역사가 된다.

그 감정을 거스르지 않되,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지켜가는 사랑이 될 수 있길 마음 모아 기도하고 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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