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너희들에겐 어려울 혼자만의 명상에 대하여
일요일 아침은, 특유의 느슨함이 있다.
KBS Classic FM 93.1 주파수에서 흘러나오는 가정음악이 주는 편안함은 잠시 모든 것들을 내려두고 있는 그대로의 이 시간과 내가 누리는 평온과 여유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첫째는 방에서 책을 읽고 둘째는 침대를 정리하는 너희들의 모습이 창밖에서 파고드는 선선한 바람에 눈을 감아보는 아빠와 적잖이 닮아 있음에 난 또 행복해진다.
나는 이 모든 것이 특권이라 생각한다.
차고 넘치는 행운이다. 봄을 알리는 바람에 방 안을 둘러본다. 나의 생각과 흔적이 남아있는 책들이 가득하다. 어떤 연유로 이 책들을 구입하게 되었는지의 짤막한 서사들이 떠오르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자양분이 되었음에 겸손한 만족감을 느낀다. 아, 일요일 정오가 되기 전 나의 방에서 마주하는 있는 그대로의 햇살과 바람의 잔잔함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아니, 다른 상념이 차오르지 못하게 난 지금 이 시간이 선사하는 공간을 빈틈없이 지키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나의 빈틈을 허락해 주는 이 시간이, 그 어떤 생산적 행위도 일어나지 않는 날것의 시간들이, 나를 더 나답게, 사람답게 만들어준다. 2024년 3월 24일 일요일 오전 11시 49분, 내 방을 내려다보는 풍광은 나에게 그 어떤 인위적 노력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알려줄 뿐이며 부끄러운 삶이 되지 않도록 나를 일깨운다. 부단히 움직이지 않음을 축복하고 혼자만의 시공에 들어앉은 나를 감싸준다.
그리 내어도 괜찮은 시간이며 인생이다.
멈추고 싶은 순간이, 언제나 거대한 이벤트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대로 존재하는 3월 끝자락의 시간 그것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조용히 감은 두 눈에 내려앉은 온기의 빛은 무위의 시간으로 나를 감싸고 나 또한 있는 그대로 존재하길 조건 없이 환영한다.
코 끝에 맴도는 다크 로스트 원두의 그을린 향이 오늘만큼은 상큼하다. 그래, 그런 날이 있다.
너희들의 눈에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것이, 비단 물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보다는 이르게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