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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Jun 11. 2024

연봉 2억 그리고 자녀교육

 월요일 아침, 아직 가족들이 자고 있는 새벽에 출근을 합니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고 커피사탕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 아내와 두 아이가 침대 위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어제까지 주말이었는데 함께 놀아 준 시간보다 잔소리하고 눈치 준 시간들이 더 많았습니다. 이유 없는 타박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아빠를 찾는 아이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지난 주말엔 딸아이의 모의 수학평가가 있었습니다. 6월 말에 있을 경시대회를 대비한 학원 내 모의고사 같은 것이었는데 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점수에 짜증을 냈었어요. 3년 가까운 시간을 학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의 결과물이라고 보기엔 제 기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실전에서 이 정도 점수면 장려상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아내가 말해줬습니다. 그러나 마나 제 이해의 영역에는 들지 못했고, 두 시간을 낑낑거리며 문제를 풀고 나온 첫째 딸아이에게 고생했다는 말보다 잔소리가 먼저 나갔어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노력과 결과치에 대한 제 기준이 상향 평준화 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데, 자식으로서 좀 더 애써주길 바라는 마음도 날로 커져가기도 합니다. 자녀들은 꽤 오랜 시간 부모에게 찾아온 손님이니 그런 마음으로 대하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학습의 영역에 있어서는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이런 마음이 지속되니 맘 편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어렵습니다. 어느 순간 아내와 저의 대화는 학원과 공부에 대한 주제로 9할이 채워집니다. 문득 이렇게 아이들을 대하고 부모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환경에 넣어두는 것이 옳은 것인가 싶어 집니다. 그래도 제도권 안에서 운이 좋게 살아남아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기 위해 이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고 타이르고 싶지만, 이 또한 완벽한 정답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 짜증만 내게 됩니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춤추는 자녀교육의 영역은 늘 난제입니다.



그렇게 저렇게 아쉬운 주말은 지나갔습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여유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시 토요일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간 저의 생각 또한 정리가 되겠죠. 그럼에도 제 욕심이 마음과는 다르게 머리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조금은 여유 있고 너그럽게 가족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기준이 아닌 가족의 시각에서 의미 있는 삶이길 응원할 수 있는 아빠의 이해가 함께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제가 8년 전, 부모님의 격한 반대를 뒤로하고 제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 또한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당장의 수학시험 점수보다 당연히 우선한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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