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 12865일

앞으로 서른 다섯번의 추석만이 내 삶에 남아있다면

by Davca

2022년도 기준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79.9세이다.



44세인 나의 입장에서 대략 35년 3개월의 시간이 남았다는 것이고, 이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는 평균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에 그 어떤 개인의 요소가 개입되어 있지 않다. 즉 난 이 평균을 높이는 축에 속할 수도, 반대로 낮추는 그룹에 속할 수도 있다. 대략적인 수준을 가늠케 하는 평균이라는 표현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끝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오늘을 사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과 비교했을 때 삶의 몰입도가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20-30대 시절의 체력은 점차 고갈되어 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도 그러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활동하는 것에 대해 회피하거나 둔감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30분 이상 달리는 것은 그래도 '평균 이상'의 체력을 갖는 데에 도움을 준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44년을 사용해 온 나라는 재원이 20여 년을 사용했을 당시와 비교하여 동일한 수준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먹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관리한다 해도 시간을 되돌려 젊음을 사거나 거래할 수는 없다.



한창 커리어에 있어서 정점을 향해가고 있는 시기라면 나의 시간을 지금으로부터 35년 후쯤으로 돌려볼 줄 아는 혜안과 여유가 필요하다. 과연 나는 스스로의 삶에 있어 감사하고 만족한 시간이었나.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귀감이 되고 공정했으며 따뜻한 존재로 가족을 품에 담았던가. 정작 가장 소중한 것들을 옆에 두고 그 가치를 모르거나 방관하지는 않았나. 그래서 이를 대가로 얻은 부와 성공이 지금도 남아있어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는가. 지난 80여 년의 시간 동안 내가 추구한 것이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귀감이 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이었나.



그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결정을 회피하고 선택을 지연시킨 탓에 온전한 나의 삶을 누리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미지의 두려움 대신 현실의 괴로움을 선택하고 있는 나의 오늘이 지속된다는 것은 12,865일 중 하루가 나의 의지와 선택이 아닌 타인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시계는 그러한 삶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번 삶에 대해 미리 학습하지 못하였으나, 시간의 유한함과 이 유한함이 보편적인 평균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면 내일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진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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