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은 만큼 가벼워지는 삶

by Davca

은행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최근에도 걷다가 문득 같은 생각이 떠오른 적이 있었는데, 지금 나의 고민들을 정리해 보며 많은 것들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았더니 그 순간부터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마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유가 뭘까.



내려놓았다는 것의 의미는, 적어도 내게는 '욕심을 갖지 않는 것'이고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인데, 어떤 결과이든 내게 의미가 있는 것으로 수용하고 온전히 주어진 지금이라는 시간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적당함을 유지하고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찾으며 태양의 뜨고 짐을 알아차리고 계절이 변화함에 경이로움의 감상에 빠져들 잠시의 여유를 갖는 이가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더 많은 것, 더 높은 것, 더 화려한 것을 찾게 하는 우리의 공동체적 환경 그리고 조직의 논리 속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존재로서 '나'의 생각과 관점은 고개를 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가끔 보게 되는 애니메이션 <<소울>> 과 유사한 메시지를 던지는 콘텐츠를 볼 때면 잠시 나를 돌아보기도 하나, 이내 일상이다.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했던 우리의 지난 교육을 생각해 보면 한없이 작은 영역으로 우리들을 몰아세웠던 조직의 시대적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새로운 세대에 의해 바뀌어감은 한편으로 다행스럽기도, 또 걱정이 되는 부분 또한 존재한다. 내려놓는 마음의 행위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험으로 인한 지혜의 깊이가 얕고 앎이 부족한 이들에겐 더더욱 그러하다. 나의 일상은 지속하되 헛되고 자극적인 부푼 마음을 완벽하게 비워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어제와 같은 오늘의 반복되는 일상을 그대로 유지해야만 스스로 변화하고 있음을 지난 시간들과 견주어보며 깨닫기 쉬워진다. 일상의 습관마저 내려놓는 다면 게을러진 움직임 탓에 무기력한 생각들이 스며들어 우리의 뇌를 잠식하고 더더욱 어둡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발전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부지런함으로 차곡히 쌓여가는 습관의 누적은, 우리가 쉬지 않고 더 나아지고 있으며 언제든지 경험할 수 있는 어려운 환경들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나의 힘으로 이겨내려는 분투를 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적어도 무너지는 것이 아닌 유지를 택했고 나 스스로를 지탱했다는 반증일 테니 말이다.



모든 결과들이 노력의 강도와 빈도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들은 원래 그렇게 되기로 정해져 있던 것들에 애써 고심하고 힘겨운 노력을 이어간 나의 외로운 투쟁의 역사만 남기기도 한다. 아무도 모른다. 지금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무언가가, 나의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앞으로 내 남은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나 조차도 확답을 할 수 없다. 그저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고 헛되고 부푼 마음을 내려놓고 새벽 동이 터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인생의 의미, 시작과 끝을 새기며 할 수 있는 나의 성실을 쏟아내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전부가 될 때 사고가 깨어나고 감각이 되살아나며 지금 보내는 이 시간들, 그 자체로 흡족하며 감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가벼운 삶을 살지 못하며 많은 짐을 마음에 두고 내딛는 걸음이 주는 천근만근의 무게를, 오늘은 조금 덜어낼 수 있는 쉼의 시간이 모두에게 이어지길. 그런 일요일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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