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요일이 되면 불안해지는가

월요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심리

by Davca

이어지는 연휴가 있는 날을 제외하면, 일요일은 머리와 마음이 무겁다.


어떤 특정한 생각 때문이라기보다 전방위적으로 압박받는다고 '느껴지는' 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한동안 이런 패턴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불안해하는 일요일을 벗어나 기대되는 월요일을 맞이할 수 있는지,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게 되면 새로운 한 주의 시작에서 불안이라는 요소는 말끔히 제거될 것인지 한참을 생각해 봤다.


퇴사한 이후 무엇이 좋냐는 후배의 질문에 월요일의 주간보고를 하지 않아서 행복하다는 선배의 얘기가 공감이 되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전혀 이상할리 없는 이 일화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특히 중간관리자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이들은 이런 압박감이 매주 반복될 것이다. 주중에는 넘치는 업무들로 야근을 하고, 그마저도 해결이 안 되니 집으로 노트북을 가져와 일을 한다. 주말이 되어도 마음은 회사에 가있다. 주체적인 급여소득자의 생활(이게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을 한다면 일요일을 맘 편히 보낼 수 있을까? 대체 이런 불안은 나의 어떤 심리가 반영된 결과물인가? 일요일 오후 3시 이후부터 매시간 시계를 본다. 잘도 흘러가는 시간일 것인데, 한동안 이런 감정이 들 때 시계를 보면 더디 간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데 그 시간 중 나의 적극적 행동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이 가지는 않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혹은 준비되어야만 하는 일들이 있을 것이고 언제 이걸 마무리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몸이 가지 않으니 마음은 더욱 괴롭다. 이런 상황들이 7일마다 반복되니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건가?


당연하다.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주말 간의 안락한 생활은 통제되는 회사 속으로 곧 이전될 것이니 심리적 위축과 무기력, 의미부재 등에 대한 생각들이 심리적 무질서의 최고봉을 보여준다. 엔트로피의 증가는 무질서와 혼란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나를 일깨우고 생각의 교차로를 미친 듯이 헤집고 다니는 생각들을 그 자리에 멈춰 세운다.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때, 나를 들여다본다. 단지 일요일을 잘 보내기 위해서가 아닌, 토요일 하루의 쉼을 위해 몸과 마음을 소진하고 있는 나를 지켜내기 위해서다. 장소의 문제일 수도, 관계의 문제일 수도, 나의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다. 차분함 속에서 내면의 문제들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의 괴로움을 벗어던지기 위해서가 아닌, 이 소용돌이 가운데에서도 내가 아주 잘 살아가기 위해서다.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가기 위함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게 이런 상태에서의 나의 결정은 '회피, '탈출', '도망', '포기' 정도의 쉬운 선택밖에는 하지 못하니까.




불안의 원인이 나의 준비 부족이라면 상황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나 스스로 나아지기 위한 준비의 시간을 가지면 될 테니. 하지만 이것이 우리들 통제의 외부에 있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기분이 고조될 때마다 퇴사와 이직을 고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는 만큼 들리고 보인다. 속을 들여다보았더니 나의 미진한 준비 탓이라는 정리가 있다면 준비를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잘못된 방향으로 인한 고통이라면 잠시 멈춰 서서 지금의 불안에 대한 근원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올바른 시간과 알맞은 장소, 만나야 할 인연들과 함께하고 있는지, 더디지만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바라는 것이 금전적 보상이고 지금의 직장이 이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준다면, 그리고 이를 잘 인지하고 있는 이들은 일요일의 불안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잘 버텨낼 수 있다. 내가 버는 돈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교환해야 할 가치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지 않은 곳에 있다면 오늘의 불안이, 조금은 틀어진 선택으로 발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나 혼자서, 때론 가족들과 의미 있는 시간들로 가득해야 할 일요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고 여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생각과 회복의 시간들로 뭉쳐져야 하고 이는 다가오는 한 주를 지켜주는 에너지가 되기도, 안락한 쉼터가 되어주기도 한다. 내가 돌아가고 안주할 수 있는 마음의 한편이 불안으로 지배당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책상에 앉아 눈을 감아보자.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고(안경을 벗고 시계를 풀러 책상에 놓는다) 나의 불안을 만나보자.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을 두 눈을 통해 감정을 들여다보고 이를 직시하자. 회피하지 말고 대면하며 다시 한번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너의 불안은 무엇 때문인지, 습관적으로 찾아오는 감정의 쓰레기인지, 나를 살게 하기 위한 지속적인 신호인지, 적어도 오늘은 그 이유를 분명히 잡아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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