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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Nov 16. 2024

당신의 이직이 실패하는 이유

 곧 있으면 회사에서 제공받은 장비를 반납해야 한다. 


고정적으로 나오던 급여가 멈추게 되는 시점에 노트북마저 새로 구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설레면서도 서럽고 또 이 지출이 합당한 것인가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 그러면서도 최저가의 제품들 그리고 갖고 싶던 것들을 하나하나 검색해 보고 또 상세설명에 들어가서 후기도 보고 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 그리고 여전히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팔딱대는 나의 심장 가운데 어디쯤에서는 지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복기가 필요함을 알린다. 

명확히 어긋나게 된 첫 단추는 이러했다.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나?'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이직을 했다는 것. 자리도 이 정도면 웬만해 보였고 연봉도 그럭저럭 네 식구 생활할 수준임에는 분명했다. 그 안에서 나름의 의미와 보람을 찾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도 생각났으나 그러질 못했다. 애당초 조건에 맞춰 옮기는 자리였으니 말이다. 


 


언제까지 꿈을 먹고살 거냐는 부모님의 얘기가 귓가에 맴돈다.


2016년 은행을 나오겠다고 마음먹었던 그 시절, 참 많이도 부딪혔더랬다. 경험에서 우러난 부모의 진심이었음은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어떻게 돌리고 뒤집고 생각을 해봐도 스스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그래, 그냥 쉬고 싶고 놀고 싶고 편하게 일하고 싶었던 마음이 지배적이었기에 나만의 성벽을 둘러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딱히 사업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가끔 아내와는 이런 농담을 하기도 했으나 퍽 진지했던 때도 있었다.


나는 라면을 잘 끓이니까 제주도에서 라면 가게를 하면 좋겠다.
왜 심야식당 같은 분위기의 라면집 말이야!



라면 하나는 기가 막히게 끓인다. 우리 집안에선 너도나도 인정한다. 물론 외부인에게 이 실력을 보일 기회는 없었다. 적게 벌거 더 잘 사는 법에 대한 방송 영상을 절친으로부터 받은 적이 있다. 과로로 은행 객장에서 쓰러져 구급차를 타고 실려갔던 2013년도 5월 어느 봄날에 말이다. 5일가량 입원을 하고 퇴원하긴 했으나 나로서는 꽤나 큰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1주일가량을 더 쉬었다가 출근했지만 그 이후로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병실에 있으면서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고 은행을 퇴사할까 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으나, 난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2aE9-T9IZU&list=PLE71LmDChJXWqGJfKd2mrGesWt5e1_Lqq

출처: 스브스스토리 SBS STORY 적게 벌고 더 잘 사는 법 #1


가끔, 내가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현재 나의 역할을 생각해 보면 매우 모순적인 얘기이기도 하다. 그래도 한 회사의 경영진 중 한 사람이 조직생활이 적합하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니 이게 과연 나에게 그리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겠는가. 마음이 어지러웠다. 늘 대립했던 두 가지의 마음은 이러했다. 


인정을 받고자 했던 욕심 vs 조용히 나만의 삶을 이어가고자 했던 바람


 그리고 흔들리는 나를 잡아 세우기 위해 난 사회적 성공욕구와 명예욕이 강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주위에도 그렇게 알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속이 문드러지는 순간에도 아닌 척, 강한 척 그렇게 보여야 했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제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혼자서 꾸준히 할 수 있으면서도 돈이 되는 일들에 대한 생각들을 현실로 이끌어낼 것들에 대한 고민들과 실행을 이어가 본다. 적당히 타협할 수 없었던 나의 열망을 억누르는 데에 2년은 너무 길었다. 




 우리의 이직이 실패하는 이유는 천차만별 일 텐데, 처음보다 두 번째가 더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놓치게 된다. 눈앞에 반짝이는 것에 현혹되기가 쉽고 그간의 무거웠던 마음을 기댈 수 있을 정도의 물질적 풍요로움이 함께한다면 영혼도 팔 수 있을 법한 상황들은 계속해서 발생한다. 퇴사와 이직만이 답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될 때 즈음, 우리는 받는 만큼 적당히 일하는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수월해지겠지만 그때부터 성장 또한 멈추게 될 것이다. 생계를 위한 돈벌이라면 그 정도의 의미만 부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장기적인 일에 대한 비전과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라면, 이보다 더 큰 가치와 의미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의 이직은 늘 실패로 끝난다. 현실과 이상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치가 변하지 않는 상황 안에서 격렬한 투쟁을 하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이든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명확하다. 



오늘을 이어가는 선택을 한다고 해도, 우리의 이직은 성공이라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직을 선택하는 순간 적절한 현실과의 타협의 배경이 있었다면 그 끝은 그리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어떻게든 직업적 만족감을 끌어올릴 수 있을만한 요소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이것은 다른 가치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이라야 이직 후의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우리들의 이직은 힘든 과정과 어렵게 얻은 결과에 비해 초라할 수밖에 없는 결말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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