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바라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욕심 없이 주어진 모든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정의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우려와 천하태평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하고 그럼에도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지속시켜 나가야 한다. 보통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시각과 압도하는 두려움을 벗어나지 못하여 애를 쓰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러한 투쟁을 위해 오랜 시간 경험과 실패와 좌절과 소소한 성취를 반복하는 일상을 견뎌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
우리의 기대는 경험에 대한 교육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주위에서 발견했을 때의 느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에 반응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음의 평정이 없는 상태에서 기대감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에 대한 만족감, 감사하는 마음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인식을 심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의식적인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로 내가 바라는 것들에 대한 채워짐에 진심으로 만족해야만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설계해 본다면, 기대치 자체를 낮춘 삶을 사는 것이 도움이 될 수는 있다.
내가 바라는 환경, 사람, 직업, 연봉, 물질적인 모든 것들에 대한 기준이 현저히 낮은 상태에 머문다면 따뜻한 쌀밥 한 공기, 따뜻한 카푸치노 한잔에 벅찬 감동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매일이 이런 삶의 정도와 태도를 갖고 있는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에 비해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게 조금씩, 단계적으로 나의 바람의 정도를 높여가며 또 감사하고, 하루의 시간 동안 나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한다.
기대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목표가 없고 꿈이 없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이루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하고 그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누군가가 멀리서 봤을 때 다들 비슷비슷할 것이다. 일견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행동 그 자체에 몰입하며 집중한 이들은 그것으로 만족한다. 시간도 빠르게 흐를 뿐 아니라 경험의 누적이 언젠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막연함에 기대기도 한다. 그러면서 점차 꿈을 그리고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미세조정한다. 큰 기대감을 안고 있다가 실패한 경우 감당해야 할 실망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 점진적으로 기대감을 높여가는 방식은 효과적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진 역량의 정도를 객관화하고 경험들로 실력을 쌓아가는 선택을 하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자신의 실패에 대해 관대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정도의 연륜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대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