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닉과 뉴니커는 오늘도 편견을 깨는 중
화려한 파츠를 열 손가락 모두에 빽빽하게 붙인 날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손톱을 햇살에 비춰보기만 해도 배부른 그런 날이었다. 회사에서 환경 단체 ‘그린피스’와 첫 미팅이 있었는데, 참 웃긴 일이 있었다. 회의 내내 나는 열 손가락을 주먹 안으로 꽉 말아쥐고, 손이 올라오려고 하면 ‘아차!’ 하는 마음으로 얼른 두 손을 책상 아래로 내렸다.
나는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회사에서는 환경 분야의 에디터로 일하고, 회사 밖에서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환경 관련 글을 쓰는 연구활동가로 일한다.
이런 내가 가끔 즐기는 은밀한 취미가 하나 있는데, 바로 ‘네일아트’다. 손톱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조금씩 자란다. 가끔은 나도 잊어버리기 쉬운 내 생명력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자주 바라보곤 한다. 그 위에 한 겹 한 겹 컬러를 입히고, 해보지 못한 새로운 패턴에 도전하고, 이것저것 재료(파츠)를 골라 붙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건조하기 그지없는 컴퓨터 자판 위에 계절에 어울리는 색을 담은 손톱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차라리 하나의 예술같기도 하다.
완벽에 가까워 보이는 내 취미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네일을 얹고 갉아내는 과정이 여러 화학약품과 일회용품의 향연이라는 것, 사람들 앞에서 손만 흔들어도 내 은밀한 취미를 단번에 들키기 쉽다는 것이 그것이다. 반짝이는 글리터와 파츠를 손톱에 얹은 채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기획서를 펄럭이는 건 어쩐지 부끄럽다. 긴 네온핑크색 손톱 때문에 플라스틱 페트병의 비닐을 뜯지 못해 사투하다가 보다 못한 동료가 대신 벗겨내 주는 모습도 영 우스꽝스럽다. 그리고 마침내, 플라스틱 폐기물 캠페인을 기획하는 자리에서 자랑스러운 내 취미이자 손끝의 예술을 책상 밑에 숨기는 사태가 일어나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네일이 덧대진 양손 끝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내일부터 네일을 돌 보듯 하고 손톱을 손톱답게 두는 삶을 살지라도, 나는 환경운동에서 승리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사회는 때로 변화를 만들겠다고 한 발자국 나아가는 사람에게 엄격하고 극단적인 잣대를 들이민다. 그리고 그 침대*에 몸을 누이는 건 자기 자신일 때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을, 자신의 마음이 가진 힘을 더 믿어주는 게 필요하다. 비건(vegan)을 지향하지만 가끔 그릭 요거트를 먹는 자신을 너그러이 용서해도 괜찮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깜빡 텀블러를 챙기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지나가는 나그네를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혀 놓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려서 죽였다.
그러므로 나부터, 앞으로 내 손끝을 숨기지는 않는 게 좋겠다. 차라리 이 손끝으로 누군가에게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도전이나 실수를 반복하며 더 나은 나와 지구,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 보는 게 좋겠다. 궁극에는 손끝의 예술이 자연의 경이로움에 견줄 수 없다는 사실을 마음 다해 느끼는 날이 오지 않을까.
자신이 동경하는 것을 향해 계속 희망의 화살을 쏘아대는 삶을 살아라. 독일의 철학가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이다. 동경하는 것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은 또 다른 동경을 끌어당긴다. 화려한 네일을 손끝에 얹은 환경운동가, 양념치킨을 주문하는 채식주의자, 풀 메이크업을 즐기는 페미니스트. 저마다의 고민, 좌절, 그럼에도 계속되는 도전과 동경은 오늘도 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믿는다.
오늘도 세상 돌아가는 일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며, 편견을 깨는 뉴닉이 더 궁금하다면!
글쓴 뉴닉팀 또니
뉴닉에서 에디터, PM으로 일합니다. 환경 소모임 <떡잎마을방범대>에서 환경에 좋은 영향을 주는 움직임을 작당하고, AYARF 청년 액티비스트 리서처로서 환경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합니다. 하고 싶은 게 많아 이것저것 글과 영상으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