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은 슈도를 발로 찼다. “우리도 인생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
멤브레인이 인생 계획이 왜 필요하냐며 갸웃하자 브레인은 팔짱을 끼며 정색했다. “난 월급쟁이로 안 살 거야. 저 조교 같은 인간 밑에서 일한다니 그런 삶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벤처라도 세워서 내 일 해야지.”
슈도가 사업 아이템은 있냐고 묻자 브레인은 그런 건 없다고 아무튼 사업을 하겠다고 단언했다. 슈도는 비웃으면서 쓰레기통에 맥주캔을 던졌다. “아이템도 없는데 무슨 사업이냐? 저기 냄새나는 쓰레기통 내용물을 건져서 되판다고 해라.”
멤브레인도 같이 비웃다가 한 마디 하고 싶어졌다. “난 일은 모르겠고 부잣집 애랑 결혼해서 편하게 살래. 물론 2세를 생각해서 외모는 봐야지. 아들 딸 하나씩 두고 가정적으로 살 거야.”
“그렇게 겁나 패기없는 계획은 처음 듣는다 야. 그리고 부잣집 애가 뭘 보고 너랑 결혼하냐?” 멤브레인을 구박하하던 슈도가 이마에 쉼표를 짓더니 훅 던졌다. “난 소설가가 될까봐.”
다른 둘은 배를 잡고 웃었다. 만화만 보는 네가 무슨 소설이냐. 넌 인문계 갔으면 폭망했어. 차라리 베지터가 된다고 해라. 슈도는 항변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면 재미있게 살 것 같지 않냐? 불쌍한 래트 대신 죄책감 없이 실컷 실험할 수 있는 신종 생물을 발견한다든가. 검출 안 되는 독극물로 교수를 죽인다거나.”
“쓰레기를 팔아서 돈 버는 김선달 이야기는 어때?” 멤브레인이 이죽거렸다.
구름이 드리운 하늘에서 달을 찾던 브레인이 제안했다. “우리 10년 후에 각자 말한 대로 이뤘는지 내기할까?” 내기라는 단어를 듣자 다른 둘의 눈이 진지해졌다. 크로마토그래피 결과를 두고 삼천원씩 적립하던 참새들에게 방앗간 같은 말이었다. “100만 원씩 걸자. 못 이룬 사람이 내놓는 거야. 달성한 사람이 가져가고.”
멤브레인은 벌떡 일어나서 항변했다. “내가 불리하다 야. 자식까지 두기에 10년은 짧잖아. 게다가 아들 하나 딸 하나 골라 낳는 게 어디 쉽냐?”
슈도도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집이 부자도 아니잖아. 취직도 해야 하고 10년만에 소설가가 되는 건 네가 연예인 되는 것만큼 어렵지!”
브레인은 15초 정도 곰곰히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10년 후에 한 번 평가하고 20년 후에 두 번째로 보면 어떨까? 20년 후라는 소설도 있잖아”
“좀비 나오는 소설이야?” 슈도가 멍하게 물었다.
멤브레인은 따졌다. “20년 후에도 성별까지 골라서 낳기는 어렵지. 내가 염색체 감별사냐?”
브레인이 귀찮아하며 정리했다. “그럼 그냥 결혼해서 자식 둘 두는 걸로 해. 그 대신 유기 교수처럼 이혼당하면 안 된다.”
“유기 교수 얼굴 썩은 것 봤어? 해부하면 간이 화강암 수준으로 딱딱할 걸.” 슈도가 큭큭거렸다.
“20년 후는 500만 원으로 올리자.” 멤브레인이 힘을 주었다. “그 때쯤이면 그 정도 돈은 있지 않을까? 혹시 모르니까 30년 후도 보자. 그 땐 1000만 원씩 걸자. 그 사이에 이루는 사람에게 무조건 주는 거야.”
슈도가 비웃었다. “멤브레인 흥분하는 거 오랜만에 본다. 내기할 때만 적극적이더라?”
브레인은 잠시 갸웃했다. “그 조건이면 무조건 늦게 이루는 사람이 유리한 거 아니냐?”
멤브레인이 손바닥을 4개 펴서 하늘로 뻗었다. “40대가 되면 몇 억 정도 벌었겠지? 1000만 원 정도 내기에 쓸 수 있어야지. 안 그러냐?”
브레인은 완전 납득한 얼굴로 그것도 괜찮겠다며 덧붙였다. “근데 지난 주 실험 결과 너는 못 맞췄으니까 오천원 내라.”
슈도는 뭔가 아쉬운 듯 제안했다. “물가 상승률도 반영하자, 이자를 붙이고 복리로 계산하면 어떨까? 아예 세 명이 서로 이룰 것 같은 사람에게 걸어서 배당금을 받는 것도 좋지 않냐?”
멤브레인은 슈도의 정강이를 찼고 브레인이 정리했다. “10년 주기로 보자. 10년마다 100만 원 500만 원 1000만 원씩 거는 거야.” 모두 결기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