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사를 보니 맥주잔 가장자리를 만지면서 싱긋 웃고 있었다. 정과장과 눈이 마주치자 이대리 역시 활짝 웃었다. 과장은 휴대폰에 즐겨찾기해 둔 웹사이트를 열었다.
"해충을 이용한 음식쓰레기의 친환경 재생 사업 궤도에 올라"
알록부채나방은 흔히 독나방으로 불린다. 인분에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있어 접촉할 경우 가려움증 및 발적이 생기고 심한 경우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해충을 이용해서 골치투성이인 음식쓰레기를 처리하는 ‘이독제독’ 전략이 곧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메타모스’는 알록부채나방 유충을 활용하여 음식물폐기물의 효율성을 급속히 높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등에류 등 생물을 활용한 음식물폐기물 처리 방법은 수년간 주목받았지만 국내 음식물폐기물의 특성상 효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알록부채나방 유충은 음식물폐기물의 분해 효율을 현저히 높일뿐 아니라 친환경 가축 사료로의 재생률 또한 증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십 번은 족히 읽었지만 다시 봐도 절로 미소가 나왔다. 정과장이 잔을 들자 다른 둘이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잽싸게 건배했다. 챙 소리가 맑게 울렸다.
“저희 정말 고생 많이 했네요. 정부 지원 잡느라 뛰어다닌 걸 생각만 해도 대퇴부가 뻐근해요.“ 이대리가 허벅지를 두드렸고 정과장은 오버하지 말라며 타박했다.
“근데 이사님은 더 편하게 사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언제부터 사업하겠다고 생각하셨어요?” 정과장이 묻자 이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요. 정확히 언제라고 말하긴 어렵네.”
이대리가 거들었다. ”이사님은 조용한 모범생이었을 것 같은데. 학교 다닐 땐 딴 생각 안 하셨죠?”
이사는 맥주 거품을 바라보다 답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았죠. 그래도 인생 계획이란 걸 세워 본 적은 있네요.” 이대리는 드디어 라떼 시작인가 싶어 입을 오므렸다.
“좀 길지만 말해 줄까요?”
정과장은 이대리를 살짝 흘기며, 옛날 이야기는 질색이지만 오늘만큼은 경청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