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이때쯤 5월 초였다. 셋은 교내 호숫가에서 밤하늘을 봤다. 드물게 환한 밤이었다.
이들은 서로 별명으로 불렀다. 이름이란 출석 체크할 때나 쓰는 것이었다. 호숫가에서 파티하자고 제안한 녀석이 브레인으로 늘상 주도적으로 실험하고 조 발표를 도맡아 했다. 멤브레인은 조용히 사라졌다가 맥주를 사 왔다. 브레인이 시키면 그냥저냥 다 하지만 주변에서 존재감 없다는 평을 듣는 녀석이었다. 슈도멤브레인은 거드름을 피우면서 쌍안경으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실험은 건성건성하고 다른 조에 놀러다니면서 온갖 참견은 다 하는 놈이었다. 실험가운을 집에 두고 와서 빌리느라 애먹은 주제에, 형이 아끼는 쌍안경만 필사적으로 챙겨와서 다른 둘에게 실컷 욕먹은 참이었다.
긴 실험을 마치고 레포트를 제출한 이들은 갓 출소한 장기복역수 같은 표정으로 캔맥주를 마셨다. 밤공기가 쌀쌀했지만 실험실에서는 못 입는 반바지 아래로 스치는 밤바람이 상쾌했다. 슈도는 쌍안경으로 목성 위성이 보인다며 감탄했다. 다른 둘도 얼른 낚아채서 봤지만 뭐가 목성이고 위성인지 알 수 없었다. 멤브레인은 약이 올라 투덜거렸다. “바람둥이랑 첩들 아냐? 굳이 열심히 찾아 볼 이유가 있는 거냐?”
브레인이 묵직하게 말했다. “성공한 사람은 애인도 많이 둘 수 있지. 돈이 많으면 쌍안경 따위 던져 버리고 천체망원경으로 볼 수도 있겠지.”
슈도는 종아리에 가려움을 느끼고 내려다 봤다. 큼직하고 알록달록한 누런 나방이 붙어 있어 질겁하고 탁 쳤다. “이런 징그러운 벌레는 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 거야?” 슈도가 종아리를 긁으며 투덜댔다.
멤브레인은 점잔빼며 타일렀다. “저런 생물도 자연에서 다 쓸모가 있는 거야. 해충을 잡아먹는다든가.”
“나방은 초식일 걸. 애벌레는 육식일 수도 있지만.” 브레인이 딴지 걸다 잠깐 생각하고는 제안했다.
“우리도 삶과 일에 대해 얘기해 보자.”
슈도는 눈이 똥그래져 반문했다. “3과 1은 홀수지. 또 뭐 있어?”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