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나랑
가끔 나도 너무 내 앞의 상대에 쉽게 동화되곤 하는데,
매우 카멜레온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하지만 살면서 만나는 세상 모든 이에게 맞추느라
나를 바꿀 만큼 어리석을 필요는 없어.
이런 나이지만,
이런 나라서 좋아하고 믿어주는 존재도 많으니까.
나는 나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선한 일을 하기.
가끔 흔들리기도 하고,
풀썩 주저앉게 되기도 하지만,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과
순수하고도, 순진하게도 완전 내편인 강아지가 있다는 게 생각보다 아주 큰 힘이 되곤 해.
우리 오늘도 파이팅이야.
나는 조금의 너고, 너도 조금의 나니까.
이렇게 살다 보면, 끝끝내 빛이 반사해서 보석 같은 일들로 반짝이는 때가 올 거야
사랑이야.
동물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단순히 ‘귀엽다’라는 이유로 그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귀엽고 앙증맞은 친구들도 많지만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안타까운 모습으로 변해버린 외견을 가지게 된 동물들도 많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그런 모습 따위는 개의치 않고 책임감 있게, 끝까지 그들과 함께한다. 그 친구들은 그들에게 한평생 같이해온 ‘가족’으로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쿠는 외람되게 주인 된(?) 입장에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예쁜 강아지인 것 같다. 길거리를 걷다가도 이 예쁜 시바견에 대한 감탄 어린 칭찬에 쉽게 우쭐하게 되곤 한다. 집에서 할 일 없이 빈둥댈 때에도 가만히 누워서 보는 하쿠의 옆모습은 너무나도 귀엽다. 적당히 나온 주둥이와 동그랗고 큰 눈. 쫑긋이 선 두 귀. 어딘가 웃고 있는 듯한 입꼬리와 통통히 나온 볼살 까지. 특히 노란빛 도는 황금색과 티 없는 하양의 배색은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나 또한 하쿠가 너무 귀여워서 그에 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나는 하쿠를 키우는 게 단순히 귀여워서일까 라고 스스로 반성 섞인 의심을 해 볼 때가 있다. 하지만 이 강아지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눈살 찌푸려질 정도로, 설사 똥을 줄줄 흘리는 냄새나는 강아지였다.
볼품없는 똥쟁이에서 몇 년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변하게 된 하쿠를 보게 된 한 선배께서 하신 말이 있다. 하쿠가 이렇게나 발전하게 된 건 ‘사랑’이라고 했다. 순간 해리포터에서 덤블도어가 줄곧 외치는 ‘사랑이야’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도 그 당시에는 주인공 해리만큼이나 그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세상을 바꾸고, 소중한 존재를 알아차리게 하게 하는 것. 그 대상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이고,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서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에 온 힘을 다하게 되는 것. 노력하게 만드는 것.
그건 다 ‘사랑’ 덕분이라는 것을.
그래서 답은, ‘사랑이야’
가끔씩은 오히려 하쿠가 아픈 나를 걱정해 줄 때 도 있다. 아파서 뒤척이고 있으면 조용히 옆에 와서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내 옆에 와서 근심 어린 한숨을 푹 쉬고 내 옆에 눕는다. 내가 아파 조용한 만큼 그런 날엔 하쿠도 하루 종일 풀이 죽어 있다고 부모님께서 말하셨다. 더 이상 아프지 않았는 데도 괜스레 감동해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질 뻔한 걸, 괜히 먼 곳을 바라보게 되었다.
하쿠라는 이름
하쿠라는 이름은 동물병원에서 처음 만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이전 보호자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영화 주인공으로부터 따온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영화 속 주인공 하쿠는 괴물 세계에 외로이 떨어진 치히로를 도와 마녀로부터 이름을 찾게 해 준다.
하쿠 또한 치히로 덕분에 이름을 찾게 되고, 비로소 자유로운 몸이 된다.
작위적인 끼워 맞추기를 지양하는 편이라, 괜히 오해를 살까 봐, 이런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지만,
요즘 들어 우리가 꼭 평행이론처럼,
영화 속 치히로와 하쿠를 닮지 않았나 싶다.
하쿠(영화 속)는 치히로에게 이름을 찾아주고, 하쿠(시바견)는 나에게 소중한 일상을 찾아주었다.
나는 하쿠 덕분에 소소한 일상도 행복하고 늘 사랑으로 채워진 느낌이 든다.
치히로 또한 하쿠(영화 속)에게 자유를 찾아주고, 나는 하쿠에게 배변장애를 극복하게 도와주었다.
어렸을 적, 그 영화와 주인공 하쿠 모두 좋아했었는데, 26살에 실제로 하쿠를 만나게 될 줄 알았을까? 약간의 소름이 돋기도 하고..
“잊지 마, 난 치히로의 편이야. 그대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내 이름은 하쿠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