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승마가 나의 일주일을 바꿔놓을 만큼 커지고 있다. 승마하러 가는 주말이 기다려지고, 말을 타고난 후에도 그 여운이 평일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주위 사람들에게 들뜬 마음을 담아 승마를 시작했다고 말하며 재밌다고 권하는 나의 모습이 재밌게 느껴진다. 승마가 끝나고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생각한 것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말을 타는 게 나에게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요즘 사람들에 비해 운전면허를 늦은 나이 20대 후반에 땄다. 차를 운전해 어디를 가야겠다던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다가 직업을 바꾸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미뤄놓은 숙제처럼 딴 것이 운전면허였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면허증과 운전 실력은 비례하지 않기에 처음 차를 운전했을 때 겁이 많이 났다. 작은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기 일 수였고 옆에 차가 쌩하고 지나가기만 해도 손에 땀이 났다.
추가로 연수를 받고 실제로 차를 운행하면서 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 다녀오거나 새로운 길을 잘 찾아가거나 하면 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된 거 같이 의기양양했다. 특히 아이를 차에 태우고 나서 생활반경이 확장되자 신세계를 경험하게 됐다. 동네를 넘나드는 경험은 나 자신이 성장한 것 같은 만족감을 주었다.
자동차를 처음 탔을 때 느꼈던 떨림과 두려움이 말을 타면서도 느껴졌다. 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서는데 말을 고삐를 당겨도 내 마음처럼 서지 않았다. 처음 운전하던 그때, 손과 팔에 힘을 주고 잔뜩 긴장해 핸들을 꽉 쥐던 것처럼 안장에 달린 안전바에 힘을 꽉 주고 의지했다. 그러나 내 힘이 아닌 자동차의 힘으로 간다는 사실을 체득하고 나서 힘을 빼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승마도 내 힘이 아니라 말의 힘으로 간다는 걸 느끼고 나서는 훨씬 마음이 차분해졌다.
돌발 상황에서 의연할 수 있는 마음을 경험하니 그 희열이 참으로 컸다. 그리고 운전도 하면 할수록 늘 듯이, 승마도 하면 할수록 편안해졌다. 이제 말 타는 날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안전바를 잡지 않고 고삐를 잡고 말을 조정하며 탈 수 있게 됐다. 자동차로 인해 내 삶의 확장된 것처럼 승마를 하면서 내 세계가 넓어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