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때문일까? 구름이 많아 해가 보이지 않는 흐린 날씨에 마음이 축 가라앉았다. 오랜 연휴의 끝이라 집 청소 하고 안 쓰는 물건도 버리고 걸어서 편의점에 다녀왔는데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승마가 끝나서일까? 한 달 넘게 안 해보던 일을 하며 푹 빠져 지냈다. 주말이 기다려지고 새벽에도 눈이 떠져 1시간 거리의 승마장을 달리는 기분이 참 좋았다. 더 하고 싶지만 시간, 돈, 거리 등 여러 이유로 계속 하긴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쉬운 마음과 함께 기운까지 빠진다.
기다림이 문제일까? 세상만사가 내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파도에 휩쓸려가듯 주어진 대로 살아가야 할 때 무력감이 밀려온다. 누구의 잘 못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된 것일 뿐인데도 오랜 인내의 시간은 어떻게든 상처를 내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상대방도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느끼니 마음이 착잡하다. 희망회로를 돌리며 위안하고 있지만 바라던 상황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한숨 짓게 만든다.
내일은 기대하던 월요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오지 않기를 바랐던 출근하는 날이고 누군가에게는 고된 일주일을 끝내고 여유롭게 쉬는 날이다. 나는 그중 어느 삶을 살 것인가. 고대하던 시간의 황망함을 느끼고 싶진 않다. 어찌 되었던 재미있게 보내야겠다. 설령 나 혼자 있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