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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님 Oct 21. 2024

이사를 앞두고

이별과 만남






술이 취하고 헛헛했던 마음이 날카롭게 바뀐다. 친구와 얘기하다 나도 모르게 문자를 보낸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여정이 한마디 말에 단절된다. 휘청이며 돌아오던 길, 다음날 속이 타는 듯한 숙취가 지나고 마주하게 된 이별이 서럽다기보다는 애달팠다. 혹시 나가 역시나 가 되고 그렇게 텅 빈 마음으로 집 청소를 시작한다.


하얀 커튼 사이로 햇살과 바람이 연실 남실거린다. 아파트에 가려져 잠시 숨은 빛 뒤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뱅글뱅글 안경을 쓴 아이는 귀엽고 애 아빠는 넉살 좋은 아저씨고 애 엄마는 주걱턱처럼 뾰족해 보인다. 매주 토요일 대청소하며 사람을 맞이하는 일은 꽤나 긴장된다. 그 긴장감이 지나가면 급 피곤해지고 지친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사장님의 목소리톤은 흥분으로 가득 차 있다. 딱 잘라 말한다. 가격 조정은 없다고. 그리고 다시 울리는 전화벨. 아닐 거라고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이 일어난다. 이렇게 아이 낳고 10년을 산 곳에서 멀어지게 됐다. 바라던 일인데 마음이 헛헛하다. 이게 맞는 일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잘한 일인지 걱정이 된다.


하룻밤이 지나니 한바탕 울고 난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모든 걸 내려놓으니 막혔던 곳이 뚫리듯 일이 착착 진행된다. 정말 내가 미련을 기회인 듯 잡고 있었던 걸까. 술 취해 호기롭게 했던 일이 정말 나를 위한 길인 걸까? 캄캄한 지하실에서 나를 구해준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였다. 그 마음을 조금은 알겠다. 내 직감을 믿으련다. 조금은 아련해도 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일은 새로운 동네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보려 한다. 꿈만 꾸던 그 일이 현실로 일어나는 광경을 몸소 체험하니 가슴이 뛴다. 이번 발걸음이 더 나은 삶으로의 전진이면 좋겠다.



#이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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