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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님 Sep 16. 2024

솔직함

Animals talk




나이가 들어가면서 솔직함이라는 게 예전처럼 좋은 의미만을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솔직한 감정 표현이 때로는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예의와 배려의 모습이 어른의 모습이고 그래서 점점 더 우리는 마음을 숨기고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요즘 승마의 매력에 빠졌는데, 나의 인생의 아무 접점도 없던 동물인 말에 빠진 게 참 신기하다. 그러나 말을 만나 느끼는 두려움과 편안함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느낀 건 말을 참 사람과 비슷하다는 거다. 인간관계에서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우리는 그 자리를 피하거나 아무 말하지 않고 있는다. 말도 마찬가지로 말 타는 사람이 불편하면 빨리 달려서 그 자리를 피하려 하거나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승마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말과의 호흡이다. 사람이 각각 성격과 모습이 다른 것처럼 말도 성향과 개성이 다르다. 빨리 가고 싶어 하는 선두마가 있고 따라가는 게 편안한 말도 있다. 매번 내가 선호하는 사람만 만날 수 없듯이 나랑 잘 맞는 말만 탈 수는 없다. 300kg가 넘는 말을 나에게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가장 쉬운 길은 말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말이 머리를 흔들고 근육을 움직이는 건 몸에 붙는 파리를 쫓기 위함이지 나를 무섭게 하기 위한 게 아니다. 푸 소리를 내거나 고개를 떨구고 입을 씹는 행위는 화난 게 아니라 긴장이 풀려 편안하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말의 신호를 알지 못했을 땐 두렵고 긴장되었는데 그런 것들을 알아가자 말을 타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자연스러워지니 마음이 편해졌다. 동물과 교감한다는 것은 이러한 솔직한 감정을 배워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승마장에 갔더니 아기 고양이를 낳은 엄마 고양이가 있었다. 눈도 못 뜨는 아기 고양이가 너무 귀여웠는데 그 옆을 지나가려 하니 엄마 고양이가 너무 신경 쓰였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얼어버렸다. 그리고 고양이에게 나 지나가도 되니? 라며 말을 걸었다. 몸을 쫙 피고 누워있던 고양이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몸을 조금 피해 줬고 난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무섭게만 동물을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애견카페, 고양이 카페, 승마 체험 등을 통해서 동물과 많이 가까워진 나를 보며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동물과 함께 있는 게 편안한 이유는 동물들은 솔직하기 때문일 거다. 좋고 싫음, 편하고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건 어쩌면 서로 진심이라는 의미도 될 거다. 내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고 그 표현이 상대방에게 잘 닿을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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