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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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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님


스케쥴러를 보면 그 사람의 시간이 보인다. 빼곡히 차 있는 일정들. 물론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닌 가족 모두의 일이 적혀있긴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알록달록 복잡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은 요일마다 다르다. 어느 날은 방과 후를 또는 학원을 그 외 정기적인 일정까지 적어놓아 하루에도 대여섯 개의 일정이 있다. 거기에 내 개인적인 약속에 가족 모임 등까지 더해지니 하루도 비는 날이 없다. 일을 쉬고 있지만 전혀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게 이 때문이다.


24시간 중 나를 위한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남은 집안일과 소소하게 처리할 잔 업무를 하면 금방 점심시간이고 밥 먹고 쉬다 보면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물론 그 하나하나가 소중한 일상이지만 뭔가 내 시간을 만들고 싶어서 아등바등 이 일 저 일 벌이게 됐다.



예전엔 급하고 해야 할 일을 먼저 처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그러나 내 일이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 제대로 시간을 못 쓰는 기분이 들어서 바꿔봤다. 아이들 보내고 바로 운동하고 운동 끝나고 점심 먹으며 사람들 만나고 집에 와서 글 쓰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이 학원 가는 틈에 집 정리하고 일거리를 처리하니 하루에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내심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런 생활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몸이 점점 녹고 있었나 보다. 주말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일정에 갑자기 허리가 아파왔고 몸을 제대로 필 수 없어 누워있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약 먹고 물리치료, 도수치료까지 했지만 과부하 걸린 허리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다 놓게 됐다. 집안일도 글쓰기도 만남도 놓으면 안 되고 놓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놓을 수밖에 없더라. 그리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가 시간을 잘 쓰고 있는 건가? 내가 원하고 바라는 시간인지, 그럴듯해 보이는 시간을 쓰고 있는지 말이다.



병은 아픔은 멈춰서 날 돌아보게 한다. 이 방향이 맞는지 속도는 적절한지 멈춰야 알 수 있다. 멈춰보니 헉헉대며 달려오던 게 내 의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고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남편도 쉼 없이 무언가에 쫓겨 달리고 있었다. 그들 뒤에서 빨리 뛰라고 말하는 내가 보였다.



다 같이 쉬기로 했다. 회사도 학교도 집안일도 쉬고 여행 가서 유유자적 뭉그적 뭉그적 지내기로 했다. 나와 우리 가족 모두 과부하 상태에서 벗어나 진정한 내 시간을 갖길 바라본다.




#과부하

#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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