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a long time
오랜만에 엄마가 집에 왔다. 그냥 오라고 하는 데도 채소가게, 정육점, 건어물 가게 등 한 바퀴 장본 후 밑반찬거리와 등갈비찜까지 해왔다.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면서 바퀴 달린 장바구니 끌고 이것저것 많이도 챙겨 왔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일하고 손자들에게 용돈도 턱턱 준다.
내가 학창 시절에는 엄마는 전업주부였다. 그 시절엔 외벌이가 당연했고 엄마도 집안일하며 지내는 걸 좋아했다. 학교 다녀오면 집은 항상 깨끗했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집 꾸미기 도사였던 엄마는 커다란 장롱도 소파도 척척 옮기며 매번 나를 놀라게 했다. 또 손재주가 좋아서 요리도 자수도 만들기도 수준급이었다.
엄마가 일을 시작한 건 IMF로 아빠가 퇴직을 하고 나서다. 처음 하는 바깥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디든 가서 열심히 일했고 그곳에서 사랑받고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쉰이 다 되어 시작한 일은 내가 대학을 가고 결혼을 할 때까지 계속 됐다. 그때 엄마보다 한참 어린 나조차도 힘든 일은 엄마는 묵묵히 했다.
바느질 배우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할머니 바느질 진짜 잘한다며 슬쩍 미뤘다. 언제 꺼냈는지 기억도 안나는 실과 바늘. 어렸을 때 쓰던 가제 수건을 꺼내다가 고사리 손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한다. 식탁에 모여 앉아 할머니 옆에 딱 붙어 앉아서 배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내가 할 효도를 애들이 다 하는 거 같다.
엄마는 이른 아침 일어나서 평소처럼 일을 하러 갔다.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곁에 우리 곁에 있으면 좋겠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