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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한화팬이라고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한화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한화는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한 사진으로 한화팬이 부처 분장을 하고 경기 보는 게 있을 정도였다. 최하위 팀을 오랫동안 응원하는 그의 모습이 색다르게 보였고 그런 특별함에 반해 결혼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달콤한 신혼을 어설픈 첫 엄마아빠를 어느덧 학부모가 되었다. 우리의 바람이 이뤄진 건지 존버의 힘인지는 모르겠으나 한화는 연승을 거두며 신화를 다시 써가고 있다. 남편의 야구 중계를 어깨너머 보던 아이들은 어느새 야구 규칙과 선수들을 하나 둘 알게 됐다. 남편은 이제 때가 됐다며 대전 구장 야구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가까운 잠실구장도 있는데 굳이 대전구장을 가겠다고 한 데는 대전구장이 새로 지어서 쾌적하고 홈그라운드에서 보는 게 재밌다는 이유였다. 나도 덩달아 야구장 근처 숙소를 알아봤다. 1박 2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야구장도 들리고 근처 맛집과 성심당 빵지순례까지 하는 나름 완벽한 여행이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내가 찾은 숙소는 너무 쾌적하고 사장님도 친절했다. 덥다 못해 푹푹 찌는 경기장에서 먹는 팥빙수와 맥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맛이었다. 선수들의 경기를 눈앞에서 보는 감동과 하나 되어 응원하는 그 열기는 가본 사람 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1회 초부터 9회 말까지 3시간 넘게 아이들은 잘 있어줬고 한 마음으로 응원했다. 경기장에서 한참을 걸어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지만 시원한 샤워물에 11시 넘어 도착한 치킨에 즐거웠다. 아침 일찍 오픈런한 성심당에서 양손 가득 빵을 들고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만족스럽다니.
그리고 대전에서 맺어진 또 하나의 인연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가 된다. 처음의 설렘과 기대감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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