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il
둥글게 살아, 둥글게
신혼 초 남편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난 그 당시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난 성격 좋다는 O형이고 쿨해서 금방 털고 잊고 잘 지내는데 이런 나에게 뾰족하다고? 내 눈엔 그가 더 예민하고 까칠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에게 큰 기대 없고 시니컬한 남편은 어느 집단에 가든 잘 지냈고 심지어는 동료들이 뽑은 '친절한 동료상'까지 수상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때마다 착해 보이는 그의 인상 때문에 그런 거다, 남편의 예민한 실상을 알면 모두 깜짝 놀랄 거라고 넘겨버렸다.
문제는 얼마 전 학원과의 문제에서 불거졌다. 아이 수학 학원을 보내면서 스케줄 때문에 기존에 잘 다니던 학원을 그만둬야 했다. 그렇게 어렵게 조절해 간 학원 첫 수업에서 교사는 있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고 아이는 깜짝 놀라 결국에는 집에 오는 길에 펑펑 울었다. 그 이후 학원 대처가 더 과간이었던지라 곱게 넘어가려는 나의 심기를 건드렸고 맘카페, 영수증 리뷰, 교육청까지 신고하고 말겠다는 앙심을 품게 됐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시작된 민원은 나의 삶에 침투하여 신경을 곤두서게 했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교육청 직원이 학원을 찾아가고 cctv를 보고 결국 말로 타이르는 미온한 행정차원으로 끝나자 기분이 다운 됐다. 거기에 너무 죄송하다는 그 선생님의 문자에 생계가 끊길 거 같은 불안함이 보여 마음이 편찮았다.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 이 얘기를 하자 또다시 저 말을 꺼냈다. 답답하고 괘씸해서 정의를 무기 삼아 복수를 감행한 내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그 뒤에 남는 거는 더 큰 늪이었다. 좋게 좋게 하는 그가 답답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지러운 일에 마음 쓰지 않는 그가 현명하다고 느껴졌다.
내가 긇히고 아프다는 건 그 부분이 나에게 뾰족한 부분이라서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안 그렇겠다고 다짐은 못하겠지만 한 번 더 쉼 호흡하고 생각할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둥글게
#복수
#좋게좋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