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luck
바쁜 아침 시간에 온 카톡 하나, 마침표 쉼표 등 문장부호, 이모티콘 하나도 없는 무미 건조한 글.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겠다는 그 글에서 묻어나는 엄청난 감정. 그 감정에 내 마음도 덩덜아 흔들린다. 호흡이 가빠지고 머리가 혼란스럽다. 아무것도 아닌 연락 하나에 이렇게도 어지럽다니. 정말 싫은 게 맞구나.
가끔 아무 일 없이 다시 복직하는 것을 상상해 보는데 역시나 답이 안 나온다. 물론 내가 예상한 것보다 상황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두렵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과거의 일이 미화돼서 괜찮은 곳이었지 하는 마음이 우르르 무너진다.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데 갈 의지도 용기도 없다.
침대에 누워 처음 복직했던 6년 전을 떠올렸다. 그때도 이렇게 답답했는데 나아질 거란 희망이 있었고 주변의 도움도 있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후회를 내려뒀다. 지금 이 시간도 6년 후에는 엄청 가고 싶은 순간일 수 있으니. 내 어깨를 잡고 할 수 있다! 를 외치는 남편을 보고 웃고 말았다. 그래, 아직 안 죽고 살아있으니 못 할 게 뭐 있나.
가을바람 살살 부는 9월. 벌벌 떠는 가슴에게 말해본다. 괜찮다. 아직 괜찮다.
#9월
#반갑지않은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