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자신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현으로 MBTI를 많이 씁니다. 내가 어떤 성격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태도 지표(외향E-내향I, 판단J-인식P)와 기능 지표(감각S-직관N, 사고T-감정F)인 영어 네 단어로 표현하는 건데요.
이에 따라 사람이 16가지 유형으로 나눠지고 이 마법의 단어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비교적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MBTI 16가지 유형(출처: 나무위키)
MBTI가 사람을 16가지로 설명한다는 점, 심리학 비전공자가 만들었다는 점 등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의 유형을 나누고 설명한다는 점이 매력적인데요.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렸을 때부터 궁금해서 각 종 심리테스트, 혈액형 및 별자리 운세 등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객관화된 증명서가 있음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걸 찾기 위해 노력했던 거 같아요.
양 극단의 MBTI, ENFP & ISTJ (출처:pinterest)
그래서 저의 MBTI는 뭐냐고요? 저는 외향의 E, 직관의 N, 감정의 F, 인식의 P를 가진 ENFP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만나는 사람이나 소속된 집단에 따라서 저를 완전 반대 성향인 "ISTJ"로 본다는 거예요.
제 생각에는 MBTI가 현재의 나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방향성을 알려주는 거 같습니다. 내가 속한 사회에서는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인식하고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방식은 이런거다 라고 하는 게 MBTI라고 생각합니다.
전 직업적으로는 ISTJ가 맞았지만 제가 살고 싶은 방향은 아니였어요. 그래서 내면의 갈등이 무척 심했고 처음엔 내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살자라는 생각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흘러온 10년을 돌아봤을 때 좋고 행복한 기억 보다는 힘들고 아픈 상처가 많았어요. 그래서 결단하게 된 거 같아요. 아 내가 살고 싶은데로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고요.
난 사주 보는 걸 좋아해
마음이 힘들었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공부했던게 사주팔자였어요. 주위 사람들은 저에게 그런거 다 미신이다. 사람을 나약하게 만든다. 라고 했는데 알면 알수록 신기하더라구요.
사주팔자는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에 근거하여 자연의 이치를 알아보는 통계적 학문인 명리학입니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갑과을의 관계를 나타내는 갑을도 사주에서 쓰이는 용어예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가지 글자를 하늘의 근본이 되는 천간 글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띠를 나타낼 때 쓰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가지 글자를 땅을 나타내는 지지 글자라고 해요. 이 10가지 천간 글자와 12가지 지지 글자를 조합하면 60가지 조합이 나오는데 이게 사주팔자의 육십갑자입니다.
10개의 천간, 13개의 지지 (출처: 위키백과)
사주는 MBTI보다는 가지 수가 많으니 좀 더 인간을 세밀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거기다가 우리가 살아가는 연, 월, 일, 시에도 이 60가지 조합이 매번 존재해서 서로 만나고 충돌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오늘의 운세나 바이오리듬도 우주의 미묘한 기운의 흐름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저는 사주를 운명론 처럼 믿지는 않아요. MBTI처럼 하나의 경향성처럼 생각합니다. '난 왜 이러지? 왜 이렇게 힘들지?' 라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사주를 통해서 '그래서 그랬구나' 하며 나의 태어난 성향과 한계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랑 맞지 않는 사람 때문에 힘들 때도 그 사람이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노력해도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구나'하며 나의 봄의 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법도 알게 되고 무리하게 나를 몰아붙이거나 억지로 무엇을 하려 하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게 되었어요.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하죠? 나이가 서른 살이 된다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마흔 살이 되면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다는 건 공자님 말씀일 뿐이예요.
우리의 삶이 언제 어떻게 달라지고 변화할지는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철 없는 70대 할아버지면 어떤 가요? 소녀 같은 80대 할머니면 어때요? 행복하면 그만 아니겠어요? 여러분도 여러분을 나타낼 수 있는 여러가지 마법의 단어들을 알아가며 생긴대로 살았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