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서를 믿지 마세요

열 명의 아이에게는 열 가지의 육아가 있다

by 똑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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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육아 정보들

서점에 가면 육아서 코너에 간다. 갈 때마다 못 보던 책들이 많이 꽂혀있다. 매달, 아니 매주 새로운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예전에는 육아서의 바이블처럼 스테디셀러인 책들이 몇 권 있었는데 요즘은 새로운 책들이 계속 쏟아지며 서가의 자리를 채운다. 책들은 아이를 키운 방법을 저마다 소개하며 ‘이렇게 하면 잘 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한다. 이런 육아법, 저런 육아법이 참 많다. 육아의 A부터 Z까지 수많은 책들에 담겨있다. 좋은 엄마가 되는 7가지 법칙, 아이를 잘 키우는 9가지 원칙 등 법칙과 원칙도 참 많다. 아이와 대화하는 법, 아들 딸 키우는 법, 독서지도법 등 분야별로 책들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조차 쉽지 않다.


책뿐만 아니라 인터넷에도 육아를 위한 정보를 구하기는 매우 쉽다. 지역맘 카페나 대형 육아카페에 가입해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면 궁금한 점에 대해 바로 답을 구할 수 있다.

‘아이가 열이 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 아파트 주변에 소아과는 어느 쪽으로 많이 가나요?’,

'우리 동네에서 세탁소는 어디가 잘하나요?',

'영재반 대비 학원은 어디가 괜찮나요?'

이런 세세한 질문에도 누군가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댓글로 친절히 달아준다.


주변 엄마들에게도 정보는 쉽게 구할 수 있다. 내 아이 친구 엄마들 모임이나 반모임만 나가도 정보는 많다. 어디 학교가 좋은지, 어떤 선생님은 어떤 스타일인지, 어디 학원이 가격 대비 괜찮은지, A 소아과 원장은 친절한지 등 소소한 정보부터 중요한 정보까지 자세히 들을 수 있다. 나 또한 이런 방식들로 정보를 많이 얻으며 아이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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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에게 맞는 정보일까

정보는 차고 넘친다. 예전보다 정보 구하는 방식이 다변화되었고 정보량도 어마어마하다. 우리는 쉽게 육아서나 인터넷,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정보의 양보다는 질이 문제다. 과연 내가 얻고 있는 정보가 양질의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제 B엄마에게 들었던 태권도 학원 정보나 C사이트에서 읽었던 키즈카페 정보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D엄마에게 들은 담임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D엄마의 시선을 거친 부정확한 정보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모든 경우를 다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를 통한 경험, 혹은 들어서 아는 정보들을 안다고 전하지만 실제로는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는 것이다.


맹목적인 믿음의 결과

문제는 이런 정확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정보를 가지고 내 아이를 바라볼 때 생긴다. 이번 시험 문제가 쉬웠다는 E엄마의 말을 들으니 시험이 어렵다며 낮은 점수를 받은 내 아이에게 날 선 말을 하게 된다. 책에서는 동생이 어려운 일을 겪으면 형이 나서서 동생을 감싸주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데 실제 내 아이들은 그러기는커녕 별거 아닌 일로 싸우고 있으니 화가 난다.


또 정보가 달라서 헷갈린다. 어떤 사람은 F학원이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G학원이 좋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어떤 책에서는 아이를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라 하고 다른 책에서는 아이를 엄마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하니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입시를 준비할 때 한 학교에 대해 H엄마는 마음에 든다고 하고 I엄마는 별로라고 하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가장 큰 문제는 엄마의 괜한 걱정을 키운다는 데 있다. 육아서를 읽으니 태어난 지 며칠이 지나면 이유식을 시작해야 하고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한글을 떼야하며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책 1000권 읽기를 끝내야 한다는 말들이 엄마들을 조바심 나게 하고 불안하게 한다. J육아서에서 저자는 학원을 안 보내고 엄마표 영어로 진행했다는데 집에 있는 내 아이는 내가 가르치기는커녕 유튜브나 보고 있으니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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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는 답이 없다.


육아에 정해진 답이 있을까? 아니다. 육아에는 답이 없다. 왜냐하면 아이마다 타고난 기질과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표출하는 정도가 아이들마다 천지차이다. 성장 속도도 많이 다르다. 어떤 아이는 5세에 이미 책을 읽고 어떤 아이는 7세가 되어도 글자 배우는 데 관심이 없다. 어떤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혼자 글쓰기가 가능한데 어떤 아이는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글쓰기를 두 문장 이상 하지 못한다.


책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 때는 이래야 한다’는 말을 공식처럼 듣곤하는데 정작 내 아이가 그에 맞게 행동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불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간다. 5세 정도 되면 또래 아이들과의 어울림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놀기 시작한다는데 여전히 놀이터에서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보면 ‘내 아이가 혹시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인가?’, ‘혹은 내 아이가 자폐성이 있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성장의 속도가 느릴 뿐 별거 아닌 것을 별거인 것처럼 여기게 되는 엄마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나 또한 주변 엄마들이나 인터넷 글을 보고 가슴 철렁하거나 걱정을 하곤 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내가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여겨서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쉽지 않지만 주변의 말을 크게 안 들으려 노력한다.


엄마의 불안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표현을 직접적으로 안 해도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엄마의 말투와 표정, 분위기에서 그런 불안들을 느낀다고 한다.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이도 불안감을 느끼게 되어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고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여기저기서 정보를 보고 듣는 건데 정작 내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신뢰성 높은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많은 정보 중에 내가 진짜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엄마 스스로 판단의 기준이 서있어야 한다. 일단 내 생각과 결정의 중심은 내 아이여야 한다. 주변의 정보에 내 아이를 끼워 맞춰서 판단하려 하면 안 된다. 내 아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엄마다. 일반화된 정보를 기준으로 아이를 맞춰보려 하지 말고 큰 흐름만 참고하되 세부적으로는 내 아이에 맞게 정보를 변형해야 한다.

지역맘 카페나 주변 엄마들의 말들에는 유익한 정보가 많지만 거기에 파묻혀 마음이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면 안 된다. 그 사람들도 자신의 경험에 한정된 답을 이야기할 뿐이고 정작 내 아이에게 해당되지 않는 정보일 수 있다. 엄마 머릿속과 마음속에는 내 아이와 내 가정을 기준으로 한 ‘필터’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기억하자. 또 육아방식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10명의 아이, 10개의 육아법


10명의 아이에는 10개의 육아법이 있다. 육아서나 주변의 이야기에서 그대로 육아를 배우기보다는 자신과 아이의 상황에 맞게 변형시켜서 자신만의 육아 방법을 만들어가야 한다. 나만의 방식을 신뢰하고 흔들리지 않는 육아를 해 나가자. 너무 많은 정보에 휘둘리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육아서나 지역맘 카페,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를 잠시 멈추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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