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적은 개입으로 스스로 할 줄 아는 아이 만들기

by 똑선생
혼자는 못 해요

국어시간이었다. 인상 깊었던 일에 대해 떠올려보고 그중에 하나를 골라 글을 쓰는 활동을 했다. 아이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각각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고민하며 인상 깊었던 일들을 찾아냈다. 친구들과 자신의 인상 깊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신나서 글을 써 내려갔다. 속도 차이는 있었지만 스스로 고민하여 생각해낸 것들을 글로 하나하나 옮겨갔다.


그런데 민석이가 눈에 띄었다. 민석이는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고민하고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별로 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아이에게 왜 안 쓰고 있냐고 물었더니 생각이 안 난다고 한다. 그래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예시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이는 결국 종이 칠 때까지 거의 쓰지 못한 채 빈 상태로 교과서를 덮었다.


“민석아. 집에서 더 고민해보고 다음 시간까지 꼭 적어와야 해.”


“네.”


다음 국어시간이 되어 교과서를 보니 교과서에 빼곡하게 답을 적었다. 기억에 남는 일도 여러 개 적었고 그중에 한 개를 골라 글도 꽤 자세히 썼다. ‘민석이는 생각하는 시간이 긴 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나가야 하는 진도가 정해져 있다 보니 시간 안에 활동을 끝내야 한다. 민석이처럼 생각하는 시간이 긴 아이들은 활동을 다 못 끝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못한 것이 과제가 된다.

민석이가 다 못 끝내는 경우가 많아 조금 더 속도를 낼 것을 계속 이야기했지만 아이는 변하지 않았다. 아이는 활동해야 할 시간에 열심히 고민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천하태평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학교에서는 잘 안 써지는 글과 안 풀리는 문제들이 집에 가서 해오면 모든 것이 해결되어 왔다.


며칠 뒤 수학 시간이었다. 나눗셈을 하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문제를 푸는데 아이가 이해가 안 된다고 손을 들었다. 설명해주었더니 이해가 된다고 했지만 곧 다음 문제에서 다시 질문을 했다. 그 시간에 아이는 계속 안 풀린다고 했고 완전히 이해가 안 된 듯 보였다. 그런데 집에서 수학익힘책을 풀어왔는데 틀린 문제없이 모두 맞았다.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아이를 불러 물었다. 처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던 아이는 엄마와 같이 풀었다고 했다. 평소에도 아이가 학교에서 해결하지 못한 활동들과 과제들을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엄마가 어차피 같이 해주고 도와줄 거니까 굳이 수업 시간에 혼자 애써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대충 시간을 보내다가 엄마의 도움을 받으면 그만이다. 이런 생각들이 쌓여 아이는 점점 엄마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민석이에게 학교에서의 활동은 학교에서 스스로 끝내려고 노력해야 함을 지도했지만 엄마가 협조해주셔야 완전한 지도가 가능한 문제였다. 어머니께 말씀드리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엄마의 진짜 역할

엄마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아이에게 어떤 것을 어디까지 알려주고 도와줘야 할까? 아이가 글을 잘 못쓰는데 도와줘야 할까? 교과서와 공책을 가방에 잘 못 챙기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숙제를 깜박하는데 매번 알려줘야 할까? 학교나 학원에 겉옷을 잘 두고 오는데 전화해서 잘 챙겼는지 확인을 해야 할까?


엄마로서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상황마다 고민이 될 것이다. 그때마다 선택을 빠르고 일관성 있게 하려면 엄마에게 나름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나는 학부모로서의 원칙을 이렇게 생각한다.


아이가 혼자 할 수 있게 돕는 것인가?
내가 없어도 되는가?



내가 하는 것이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인지 저울질해보는 것이다. 내가 숙제를 깜박 잊는 아이를 매일 체크해서 완벽하게 하게 하는 것이 위의 원칙에 맞을까? 아니다. 엄마가 너무 자주, 그리고 세세하게 개입하다 보면 아이들마다 다르겠지만 민석이처럼 엄마에게 의존한 나머지 혼자 할 힘을 잃을 수도 있다. 아이는 엄마 없이는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엄마는 없으면 안 된다. 이런 아이로 키우길 바라는가?

아이는 독립해야 한다.


우리 교육의 최종 목표는 ‘아이의 독립’이다. 아이가 부모 없이 스스로 뭐든지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교육 목표다. 그런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왜곡되어 아이의 일을 내일처럼 해주다가 아이가 스스로 설 수 있는 기회를 꺾어버리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아이가 부딪치고 또 넘어지면 어떤가? 그 속에서 아이들은 배우고 성장한다. 너무 심하게 상처 받고 다치는 상황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실패는 아이가 스스로 도전해보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아이는 독립해야 한다. 아이는 엄마 없이도 불안하지 않아야 하고 엄마에게 기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이의 일에 너무 개입하지 말고 조금은 떨어져서 아이를 지켜보자. 넘어져도 바로 일으켜 세워주지 말고 스스로 일어설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실패에도 스스로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지 안다.

부모가 덜 개입하는 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길이다.


아이의 독립을 위해 한발 뒤로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keyword
이전 02화육아서를 믿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