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은 순간을 기억하는가? 엄마라는 이름이 낯설었던 그때, 열 달 동안 품었던 아이가 세상에 나와 처음 내 품에 안겼던 순간은 인생에서 잊지 못할 감동이다. 그때 아이에 대한 엄마로서의 책임감과 모성이 몸 전체에 가득 찬다.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 개. 내 아들로 내 딸로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엄마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오로지 한 가지 마음이다.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시간의 대부분이 아이를 키우는 삶에 쓰인다. 몸도 마음도 아이를 향한다. 아이의 불규칙한 생활로 엄마도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많다. 몸이 피곤하지만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은 미룰 수가 없다. 엄마로서의 책임감과 모성의 힘으로 우리는 몸이 힘든 순간들을 이기고 아이에게 손을 뻗는다. 아이가 웃는 모습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아이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가면서 몸이 조금 편해진다. 아이와 의사소통이 되니 이유 없이 우는 것에 답답하지도 않다. 또 걷고 뛰기가 가능하니 한없이 안고 업을 필요도 없다. 혼자 노는 것에서 조금씩 벗어나 친구들과 놀기 시작하면서 엄마가 놀아줄 일도 줄어든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잘 적응하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도 없다.
이제 좀 살만하다 싶었는데 주변 엄마들에게 조금씩 뭔가가 들리기 시작한다. 누구네 엄마는 이제 한글 가르치려고 학습지를 시작한다고 한다. 누구네 엄마는 영어유치원 상담을 받고 있다. 놀이학교에 보낸다는 사람도 있고 숲유치원도 보낸다고 한다.
해야 한다는 것도 많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떼야한다. 유치원 때 영어 파닉스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 일곱 살이면 남자아이는 태권도 등 운동을 시켜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뒤쳐질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조바심이 난다. 좋다는 유치원이나 해야 한다는 학원에 등록하고 아이를 보낸다.
이렇게 시작된 엄마로서의 학부모 생활은 초등학교로 그대로 이어진다. 방과 후에 놀이터에서 놀면 남들에게 관리 안 되는 아이로 보일 것 같다. 도 아이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 학교 다녀와서의 시간을 학원으로 촘촘히 채운다. 아이는 피아노 학원 갔다가 영어 학원 거쳐 태권도 학원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다.
아이가 피곤해하지만 이게 모두 아이를 위한 것이라 믿는다.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하나 살피고 내 아이와 비교해본다. 아이가 잘하면 마음이 놓이지만 다른 아이에 비해 뒤처지는 듯하면 화가 나기도 한다. 왜 우리 아이는 이 정도밖에 못하는 것일까? 아이에 대해 점점 욕심이 생긴다.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고 친구관계도 좋았으면 좋겠고 착한 아이였으면 좋겠다. 정리도 잘했으면 좋겠고 숙제도 스스로 했으면 좋겠고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주면 좋겠다.
과연 이 모든 걸 갖춘 아이가 있을까? 세상에 모든 것을 다 갖춘 아이는 없다. 내 아이만 부족한 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완벽하지 않다. 부모인 우리도 완벽하지 않은데 아이에게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고 있지 않은가?
초등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많은 학생을 만나왔다. 그 다양한 아이들 중에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을 떠나, 이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표정이 밝으며 태도가 좋다. 물론 공부면에서도 우수하다. 그런 아이들의 뒤에는 비범한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까? 성공적인 부모의 교육방식 관심이 많았던 나였기에 계속 특별한 어떤 것을 찾아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특별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과 아이에 대한 관심 모두 다른 학부모님과 비슷했다. 여느 책에 나오는 모범적이고 대단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 끗 차이가 있었다.
우리에게 그 '한 끗'이 필요하다. 한 끗의 차이로 아이가 행복하게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경영해 가게 하느냐, 부모의 그늘 아래서 안주하는 수동적인 아이로 키우느냐가 달라진다. 그 미묘한 한 끗의 이야기를 교실 속에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과 교사로서 전하고 싶은 말들과 함께 학부모님들께 전하고자 한다.
처음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의 마음..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던 그 마음. 그 초심을 기억하는가. 그 마음을 되새기며 이 책을 읽는다면 한 끗 차이나는 부모가 누구나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대단한 엄마가 되지 않아도 된다. 딱 한 끗 차이다. 한 끗 차이나는 부모가 되기 위해 매일 마음을 다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책으로 지금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