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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들때 Aug 31. 2022

사랑의 줄다리기에서 우린 늘 패배자

우리도 주자, 그 사랑. 아래로 옆으로.

친구의 문자를 받은 건 유례없이 길고 험악했던 여름 폭우가 잠깐 가시고 말갛게 나타난 햇빛이 반가운 휴일 낮이었다. 그런 날씨가 야속하리만치, 휴대폰 액정 속 자음 모음도 울 수 있단 걸 경험한 낮이기도 다. 그만큼 엄마의 부고 소식을 알리는 그녀의 문자에선 슬픔, 아니 '이제 엄마 없는 세상에서 난 어쩌니...'란 애달픔이 가득했다.



장례와 삼우제까지 마치고 또 한 며칠 지났을 즈음, 친구와 주고받던 문자에선 그녀 시어머니의 소식을 들었다. 최근 몇 년간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던 어른께 증상 악화는 바람에, 국 고향인 남쪽을 등지고 자식들이 무리 없이 방문할 수 있 서울 모 지역 요양원에 모시고 오는 길이라 했다. 그리고 이어진 친구의 먹먹한 .



"어머니가 나도 못 알아보시거든. 근데 요양원 가는 길에 너무 긴장하고 계시는 거야. 그래서 '어머니, 뭐가 불안하세요?' 그랬더니 '나 두고 갈까 봐요' 그러시더라... 울었어, 나도 모르게." 그녀의 흔들리는 자음 모음에 나도 울었다.



"요양원에 도착했는데 계속 상담이 길어지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 뭐라시는 줄 알아? '아이고, 우리 아들들 배고픈데... 뭔 말을 자꾸 저렇게 한대요' ㅠㅠ" 그녀의 출렁이는 자음 모음에 나는 또 울었다.



연이어 부모와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친구는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참 없다, 아니.. 안 하는 거겠지' 라며 자책이 컸다. 지난 1년간 참 많이도 아프셨던 엄마를 옆에서 돌봐드리지 못하고 요양병원에 모시는 걸 못내 죄스러워했던 그녀의 오랜 마음을 알기에, 섣른 위로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니 필요는 할까. 그녀도 알겠지. 어떤 말이 필요해서도 아니고, 고픈 말이 있다 한들 지금의 슬픔은 그 어떤 말로도 옅어질 순 없단 걸.



그러니 그녀의 애달픔, 멀지 않은 그 어느 날 오게될 의 애달픔에 대한 두려움을 한 데 섞어, 그저 넋두리처럼 서로의 마음을 읖조릴 뿐이다.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어', '내리사랑이라더니 정말 그런 거 같아', '맞아... 다음 생에 우리가 부모로, 우리 엄마 아빠가 자식으로 다시 만나 갚을 수 있으려나', '그러게...'




부모 자식 간 사랑의 줄다리기에서 우린 늘 패배자다. 어차피  안 될 싸움인지도 모르겠다. '오징어 게임'의 일남 할아버지처럼, 부모란 존재는 사랑 줄다리기의 절대 고수이고, 그 비법요령도 뛰어넘는 '무조건'이다. 그러니 어차피 안 될 싸움에 너무 래 깊게 자책 어안고 있 말자. 그저 할 수 있는 그때그때의 최선을 다하는 수밖없음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나눠주자 그 사랑. 우리의 자식아랫세대와 약자인 옆세대 더 넉넉히. 부모에게 그토록 사랑받은 나 자신을 누구보다 귀하게 아끼며.



그러고 보니 내 강아지 단지와의 줄다리기에서만은 내가 승자려나? . 마냥 예뻐하긴 한다지만 내 사랑은 역시나 '조건적'이라 불쑥불쑥 난 그 녀석에게 짜증도, 화도, 밀쳐내기도 한다. 이런 나를, 그때그때 다른 덕스럽고 이기적인 , 이 녀석은 그 동그랗고 까만 눈코 입으로 빤히 쳐다보면서 '무슨 일 있어? 그래도 괜찮아. 난 당신이 그냥 좋아~' 무조건 사랑해주니. 이런 아뿔싸. 난 또 졌구나. 



고맙다, 이런 날 그리도 좋아해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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