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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누리 Aug 28. 2023

"제가 보이시나요?" - 「나의 유령 어금니 모양」

시작노트(3)

  나는 괴담 읽기를 좋아한다. 기담이나 음모론 역시 흥미롭게 읽는다. 무서운 것, 으스스한 것, 오싹한 것, 스산한 것. 다양한 형태의 무서운 이야기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나폴리탄 괴담'이라고 불리는 종류의 글이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나폴리탄 괴담'의 주요한 특징은 일상적인 공간 혹은 소재를 불현듯 낯설고 기이하게 느껴지도록 재인식(의심)하게 만들면서도 그것(그런 기분 또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해설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나폴리탄 괴담'을 읽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게 무슨 뜻인데?" 같은 감상을 갖기도 한다. 물론, 나는 그 점을 가장 좋아한다.


  괴담, 무서운 이야기, 공포-호러 장르, 귀신, 유령, 설화에서 다루는 '무서운(두려운) 존재'가 동시대 사회의 소수자와 어떻게 닮아 있고 어떤 형태로 이어져 있는지에 관한 연구나 담론은 이미 얼마간 진행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듣기 좋아했던 나로서는, 최근 많은 사람들이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 슬프고 아쉽다. 한편으로 화가 나고 답답하기도 하다.


  여전히 많은 사회적 약자는 '귀신' 또는 '유령'으로서 보이지 않고, 볼 필요 없고, 보면 안 되거나 외면 당하는 상태로 존재하며,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서운, 것, 으스스한 것, 오싹한 것, 스산한 것. 나는 가끔 그런 것이 되고 싶다. 아주 "무시무시한 사람".


  시 「나의 유령 어금니 모양」은 내가 아는 모든 으스스하고 오싹하며 대담하고 무시무시한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을 떠올리며 썼다. 특별히 착하지도 않고 눈에 띄게 선하지도 않고, 그냥 어떻게든 살기 위해 살아가는 이웃 유령들에 대해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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