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시 부문 선정작
인지세계
도착하면 연락해.
한강을 건너고 있었어, 그때. 새벽 세 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고 할증이 붙은 요금을 보니 더는 두려울 게 없었어. 도로는 막힘이 없고 가로등이 꼿꼿해 빛은 가장 어둡고 막막한 곳에서 간절해지기 마련이고 창문을 내다보는 자세를 하고 있었지만, 내가 그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야. 나의 짐은 나의 집이 아닌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며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할 때는 맨홀 뚜껑을 차 왼쪽 앞바퀴로 밟는 감각을 익히며 서서히. 낮고 컴컴한 터널을 지날 때쯤이면 헌 아침이 기침하며 코트를 여미는데, 도착은 아직이니?
겨울이 가졌던 병적 도박의 역사를 들은 건 용림여관에 누워 있었을 때였지. 이불 속을 더듬으며 머리카락과 털을, 희망과 용기를 벽틈새로 빠뜨리는 일. 제각각일 것들. 방음과 방풍이 잘되지 않는 창문이 덜덜 떨리며 결함을 좁혔다 벌릴 때 지하철이 지나간다. 때마침. 몇 호선인지 알 수 없는 기다림이다. 겨울이 무엇을 훔쳤는지 세어가며 듣다 보면 불면은 천천히 집으로 기어 들어가곤 했다. 첫차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