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1)
길을 걸을 때도, 일을 하거나 쉴 때도,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도. 쉬지 않고 입 안에서 굴러가는 단어나 문장이 있다. 머릿속에 번뜩 떠오르는 것은 아니고 다만 소리내지 않고서 발음해보게 되는 것들. 떠나지 않는 문장. 떠오르지 않는 문장. 그런 문장은 대체로 누군가 이미 쓴 적이 있거나 내가 써야만 할 것이 된다. 한때 '만타'라는 단어를 입에서 굴리며 시간을 보냈다. 만타, 많다, 많다, 만타. 가오리거나 커다란 담요면서 자동차, 또는 어떤 항구도시가 아닌 오직 온갖 초목의 가지.
나는 종아리를 휘감는 "또랑"의 물살과 딛고 설 만한 바위의 뜨거움과 버석버석한 부드러움, 빽빽하다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대도시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밀도가 높은 나무의 군집, 산과 숲,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도착하는 옥상, 마당을 달리는 개, 이름을 모르면서 이름을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들풀의 기억을 가지고 「만타(萬朶)」를 썼다. 어쩌면 이 시를 쓰는 일이 이 시기 나에게는 우선 과제였을지도 모르겠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