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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콩새 Feb 26. 2021

공무원이 나에게 북한에 갔다 오라고 했다.


이 사회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것인가.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받았으니 이제 드디어 당당히 대한민국 사람이 되었습니다. 언어 표현이나 습관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아직은 이방인의 느낌이 농후하겠지만 명실상부하게 저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자~~ 이제 대한민국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정착 초기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다 건너뛰고요.

오늘 주제에 맞는 부분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받아준 대한민국에 대한 감사를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하려면, 그리고 제대로 이 사회에 보답하려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당시로서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한의사로서의 역할입니다.


한국에서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의 자격을 얻으려면 한국의 해당 대학을 졸업해야 하며 이후 국가고시 시험을 합격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여  제가 한의사로서의 자격을 얻으려면 대한민국 의과대학을 졸업한자의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우선 저는 통일부를 통하여 " 북한 학력확인서 "를 발급받았습니다.

당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에 관한 법률 제13조(학력인정), 동법 시행령 제27조(학력인정기준 및 절차), 고등교육법시행력 제7조 제2항(학력인정)등 관련 법령에 의거 북한에서 이수한 학교교육과정에 상응하는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조항에 의하면 저의 북한 학력은 한국에서 인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의료법 제5조(의사, 치과의사 및 한의사의 면허) 제3호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의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면허를 받은 자"에 대하여 예비시험과 국가시험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인 일가요? 대한민국 국민 일가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 1조 이북지역을 벗어난 후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법률이라고 규정해놓았습니다.


 제2조 1항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이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이하 "북한"이라 한다)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여기까라면 저는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국적을 취득하지 않았으므로 중국에 있어도 대한민국국민이고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국적 취득 했으니 더욱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만, 법 적용에서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즉 어제의  포스팅에서 언급한 봐와 같이 대사관에 들어가서 보호요청을 했던  저는 대한민국국민으로서  보호받아야 했으며 쫓겨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한편,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되어있으며 원칙적으로 북한은 대한민국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과 북의 관계가 매우 특수한 관계임을 전제로 하면 북한의

의학대학을 대한민국의 의과대학과 동일하게 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에 동의합니다.


우선 저는 통일부에서 발급받은 "북한 학력확인서"를 가지고 교육부로 갔고 교육부에서는 교육부 장관의 명의로 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7조 제2항에 의거 재북 학력이 우리나라 한의과대학 수업연한 6년 과정을 마친 자와 동등학 학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대한민국 의료법에서는 한의대, 의대, 치대, 약대 등 의료 계열의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는 의사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은 따로 심사 없이 학교만 졸업하면 자동적으로 부여됩니다.


제가 교육부에서 한국 한의대 6년을 졸업한 자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았다면 어쩌면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은 자동으로 받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보건복지부에서는 제가 북한 의학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달라고 하더군요.


하~~ 대한민국 입국 후 관계기관(국정원)에서의 조사를 거쳐 신분이 증명이 된 걸로 아는데 서류가 다시 필요하다고 하니 매우 난감했죠. 사실 북한을 떠날 때 한국행을 결심하고 미리 모든 서류를 준비해 가지고 떠나온 건 아니잖나요? 기획탈북도 아니고 어려움 가운데서 경황없이 떠났으므로 이런 서류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못했죠.


국가 차원에서 해당 기관과 협력하여 신분을 확인하든지, 아님. 북한에 공식적으로 요청하든지 해달라고 하니까.

보건복지부의 담당공무원님께서 그건 어려우니 북한에 가서 서류를 떼어가지고 오면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놀라서 쳐다보는 저한테 "남북관계가 예전보다는 좋아졌으니 달러 같은 걸 가지고 북한에 들어갔다 나오면 되지 않겠느냐" 고요.  하... 매우 황당하고 무책임한 민원처리방법입니다. 너무너무 어처구니가 없었고 놀랐습니다.

          "내가 지금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소지한 한민국 국민이다. 반드시 서류를 첨부해야 한다면

           북한 갔다 오겠다. 단, 북한에 다녀올 경우 국가보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서류를 정부차원에서

           발급해달라,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느냐 "

           라고 맞받아 쳤더니 아무 말도 못 하더라고요.~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저한테 북한 다녀오라고 했던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이런 식의 표현, 이런 식의 민원처리는 공무원으로서의 자질이 없는 매우 무책임한 대처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제가 새터민이라고 대충 응대한, 새터민들을 무시했던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식의 사고라면 새터민뿐 아니라 힘없는 다른 누구에게라도 이런 방식으로 대처할 확유이 높은거죠. 이거야 말로 막말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한의대 6년을 졸업한 자와 동일한 자격을 받았으면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도 자연스럽게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그건 또 다른 기준으로 해석되고 있었습니다.  새터민들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나 원칙이 없었고 대충 이 정도 하면 나가떨어지겠지 하는, 무시하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대안을 제시해달라 했더니 한의대를 다시 다니라고 하는 것입니다.
조금 속상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공감했고 그것에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제가 배운 것은 분명히 북한의 의학대학에서의 교육이었고 한국의 의학대학교육은 북한보다 차원이 다를 수도, 또 수준이  높을 수도 있으니 우리의 자격이나 수준을 믿을 수 없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 다시 한의대 공부를 해보자, 한국법에 부합되는 한국의 한의과 대학 공부를 다시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세웠습니다.


여러 한의과 대학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의과 대학들의 이야기는 또 다릅니다.


             "당신이 이미 교육부에서 한국 한의대 6년을 졸업한자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한의대 공부를 할 수 없다. 한국의 교육법은 한 사람이 같은 전공을 두 번 반복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른 학과 지원은 가능하지만 한의대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무슨 의미란 말입니까.


통일부에서는 북한 학력 확인해주고,

교육부에서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7조 제2항에 의거 재북 학력이 우리나라 한의과대학 수업연한 6년 과정을 마친 자와 동등학 학력을 인정한다고 하고,

보건복지부에서는

교육부 서류를 인정할 수 없으니 북한 가서 졸업증을 가져오거나 한국의 한의대에 편입하라고 하고,

한의대에서는

이미 교육부에서 자격 받았는데 다시 공부하는 것은 법적으로 해당사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 하. 하.


여러분,

어떻습니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통일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해당 의과대학들의 입학처는 모두 같은 정부 하에서의 같은 정책이나 같은 법적 기준을 적용받을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의 해석이 다르면 힘없는 민원인은 어떻게 해결방안을 얻을 수 있을까요?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왔고. 북한보다는 훨씬 민주주의 적이고 열린 사회라고 생각했던 남한의 꽉 막혀있는 이해할 수 없는 벽 앞에 저는 주저 않고 말았습니다.

억울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의학대학 7년 과정을 졸업하고 내과, 소아과 의사, 의학연구소 연구사 생활 포함 거의 10년 가까이 의료인 이으로 생활했으니 보건의료분야에서만 17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당장 병원을 개원하고 현장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도 있지만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법적 기준에 따르고자 의사자격시험을 치르고 싶었지만 시험도 안되고, 대학 편입을 다시 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안된다는 현실입니다.


1. 어려움 중에 탈북한 새터민에게 증명 서류를 가져오라는 기준,

2. 시험 자격도 주지 않을 거면서 한국 한의대 6년을 졸업한 자와 동등한 자격 부여.

3. 그걸 인정할 수 없다는 보건복지부, 그리고 한의대 입학 권유.

4. 한국법으로는 같은 전공을 두번 공부하 수는 없다는  해당 한의과대학들~~


모순이 있어도 단단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풀어야 했고 해결해야 했습니다.


남북이 통일이 될지. 남북 보건의료가 통합이 될지 아직은 요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남과 북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는 수십만의 의료인이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또 통일이 아니라도 서로 인접해 잇는 남북한은 여러질병에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의료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데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나중에 북한의료인들의 자격심의를 어떻게 하고 남북보건의료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수준으로 평가하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협력해 나갈지에 대한 문제에서 현재 한국에 와있는 북한의 보건의료인들을 통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터민들이 한국에 와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다는 언론의 보도는 무수하지만 제대로 정착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요소요소에 넘쳐납니다. 조금만 도와주면 자력으로 정착이 가능한 사람들은 잘 이끌어 주는 것이 새터민들의 정착에 대한 도움, 먼저온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 새터민들에 돌려지는 사회적인 부정적인 인식들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점들이 사회를 안정시키고 화합을 이끌어나가는데도 도움이 되는거 아닐가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무작정 배척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드리는 진정서"를 들고 국회에 찾아가게 됩니다.


< 첨 언>

언제인가 대한민국에서 위조졸업증이 사회적물의를 일으킬 만큼의 엄청난 사건들이 연이어 있었죠.

그때 졸업증을 비롯한 증명서류들이 왜 한국에서 그렇게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조금 분위기가 다름니다.

일단 증명서 위조라는 건 생각할 수도 없구요.

졸업증 같은 것도 처음 한번 졸업할 때만 중요하고 어디로 이동한다고 해도, 또 이동해서 어느대학 졸업했다고 해도 졸업증같은걸 따로 요구하지 않을 만큼 증명서 위조는 없답니다.

당에서 관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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