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고 싶니?” 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하얀 종이 한 장을 나눠주셨다.
그 위엔 ‘장래희망’이라는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던 나이에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묘한 긴장감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진지하게 종이를 바라보던 우리를 보며
선생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어릴 때 장래희망이 선생님이었어.”
음… 그럼 나도 선생님이라고 할까?
그렇게 머뭇거리던 내 차례가 왔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 음… 탤런트요.”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엄마가 TV를 보며
“너도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해”라고 말씀하셨고,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훌륭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장래희망’이라는 질문을
하나의 ‘직업’으로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영향을 주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집중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고나서,
그 질문을 다시 마주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장래희망은 단지 직업의 이름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라는 걸.
지금 나는,
엄마가 바라던 탤런트가 아니다.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고,
무대보다는 책상 앞이 더 편하니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정리하고, 배우고, 여행하고,
새로운 것을 탐험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나를 단 하나의 직업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색이 있는데,
왜 나는 하나의 색으로만 칠해야 한다고 믿었을까.
그 생각을 하며 지나온 날들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될 거니?’보다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니?’라고 묻고 싶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태도로,
어떤 방향을 향해 살아가고 싶은지.
“넌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그 질문 속에서는
하나만 답하지 않아도 된다.
모른다고 말해도 괜찮다.
그리고 수없이 바뀌어도 좋다.
직업을 ‘꿈’이라고 단정짓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의 강점을 아는 아이로 자라나길 바란다.
자기 만의 색을 찾는 어른이 되기를.
그게 바로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장래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