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에서 시작될, 아이의 생각과 세상.
26살, 회사를 그만뒀다.
이유는 단순했다.
한 번쯤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
감사하게도, 아는 언니 집에서 지낼 수 있었고,
나는 짧은 여행이 아닌,
‘한국 생활’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예전엔 한국에 오면
아침, 점심, 저녁을 전부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아서,
하루 종일 숨 돌릴 틈도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다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바빴고,
나만 한가했다.
자연스럽게 방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방에서 내 눈에 들어온 건
침대 옆에 놓인 책들이었다.
한 권, 두 권.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상한 자신감이 생겼다.
세상을 다 아는 것 같았고,
지인들에게 책을 ‘꼭 읽으라’며 권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분명 중요하다는 건 아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다들 좋다고 하니까 읽었고,
있어 보이려고 읽었고,
재미있으니까 읽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내가 왜 책을 읽는지’,
그리고 ‘왜 계속 읽어야 하는지’
처음으로 고민하게 해줬다.
그 이후의 독서는
훨씬 더 풍요로워졌다.
나는 책을 통해
내가 겪지 않은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 감정, 사고방식을 빌려
내 마음의 문과 생각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했다.
요즘에도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나는 이제 말할 수 있다.
책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한 사람이 수십 년 동안 고민하고 도달한 생각과 통찰이라는 것을.
그 농축된 지식과 경험을
우리는 단 몇 시간 만에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독서를 통해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더 의식적으로 살아가게 되었고,
삶에서 ‘질문하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올때,
언젠가 이 아이도 나처럼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될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처음에는 재미로 읽기 시작하겠지만,
어느 순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하며,
창의적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 출발점은,
책 한 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