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라는 선물

너의 어린 시절을 선물해 줄게

by 구월

나는 아이들이 글 쓰는 습관을 물려받았으면 한다.

작가가 되라는 게 아니다.

그저 기록하고 메모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많은 장점들 가운데,

오늘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세 가지 선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생각을 정리하는 힘


머릿속이 수많은 생각으로 복잡해질 때가 있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 빠져서,

수많은 물고기들이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내 주위를 헤엄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기분이다.


이럴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이 있다.

글쓰기.

종이에, 혹은 화면 위에 단어를 하나씩 놓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되는 걸 느낀다.


기록이 주는 첫 번째 선물은 바로 이것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힘.


어지럽게 얽힌 실타래 같은 마음이

글을 쓰는 순간 하나씩 풀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정리는 머릿속에서만 하지 말고,

손끝으로 끌어내길 권하고 싶다.

펜이 종이 위를 스칠 때,

키보드를 두드릴 때,

그제야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2. 세상을 깊이 바라보는 시선


두 번째 선물은 『기록의 쓸모』라는 책에서 만났다.


무언가 받아 적는 데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지그시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얻었으니까요.
결국 기록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이자
우리를 성장시키는 자산이 된다고 믿습니다.


기록은 단순히 무언가를 적어두는 행위가 아니다.

그저 스쳐 갔을 순간들을 지그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속에 깃든 의미를 발견하고,

평범했던 장면들을 특별하게 바꿔 놓는다.


무의식적으로 흘려보내던 삶이

조금씩 의식적인 삶으로 옮겨가는 순간이다.


기록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더 깊게, 더 넓게.




3. 시간을 붙잡는 흔적


세 번째 선물은 시간과 관계된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그저 지나쳤을 사소한 것들에도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게 된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아도

그 뒤에 숨어 있는 지난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그때 먹었던 달콤한 아이스크림 맛,

누군가와 나눴던 웃음소리,

혼자서 울컥하며 걸었던 밤공기 같은 것들.

이런 순간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래서 괜히 더 오래 바라보게 되고,

더 곱씹게 된다.


이렇게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사라질지 모를 기억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기록한다.


그것이 기록이 주는 세 번째 선물이다.




그래서 남기고 싶은 것


처음에는 오직 나를 위해 기록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를 넘어서,

누군가를 위해 쓰기도 한다.

백 명, 천 명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단 한 사람.


누군가에게 내 기록이 작은 위로나 용기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단 한 사람이

우리 아이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아이들이 내 글을 읽고

“엄마가 이런 마음을 품고 살았구나”

알아주면 좋겠다.


나는 아이들이 글을 쓰는 습관을 물려받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내 기록 그 자체를 물려주고 싶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

느꼈던 것들,

배운 것들을 글로 남겨서

언젠가 그들이 비슷한 순간을 맞이했을 때

작은 위안이나 깨달음이 되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이 처음으로 '엄마'를 부르던 순간,

처음 유치원에 들어가던 조그마한 뒷모습,

처음으로 떠났던 여행.


어릴 적 좋아했던 장난감, 색깔, 성격.

그 모든 것을 언제가 길을 잃을 때,

자신이 누구인지 조금 더 알 수 있도록

조용히 꺼내볼 수 있는 선물로 남기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록을 남긴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세상을 더 깊이 바라보기 위해,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기록은 우리가 이 세상을 지나간 흔적이자,

우리 다음 세대에게 건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기도 하다.


매일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기록할 만한 순간들은 언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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