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의미를 부여할 때 비로소 반짝인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년쯤 지났을 때였다.
평소처럼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침대에 털썩 누웠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사는 거지?’
이번 주에 내가 뭘 했나 떠올려봤다.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서둘러 회사로 향했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봤다.
끝이었다.
그게 내가 보낸 하루였다.
매일 그렇게 살아가는 내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한심하게도 느껴졌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 듯,
내 삶도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았다.
정말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인생이란 게 무의미해 보였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
그러다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지금,
육아휴직 중이라 일은 잠시 쉬고 있지만
회사에 다닐 땐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 덕분에 조금 더 바빠졌을 뿐이다.
그런데, 분명 달라진 게 하나 있다.
내 마음.
이제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이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좋다.
평범해 보이는 하루가 좋아졌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켜켜이 쌓이는 게 좋다.
10년 후엔 또 나를 어디로 데려다줄지 기대되기까지 한다.
그때 그 시절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내게 어떻게 그렇게 달라질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이 네 가지를 이야기할 것 같다.
예전의 나는 울리는 알람을 끝까지 미루다 미루다
마지막에야 겨우 일어나곤 했다.
회사에 가야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억지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해서 눈을 뜬다.
누군가 정해둔 시간표에 맞춰 쫓기듯 움직이는 게 아니라,
내가 계획한 시간에 일어나 여유롭게 하루를 연다.
주체적인 삶이란 거창한 게 아니었다.
아주 작은 선택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글로, 사진으로, 혹은 소소한 메모로.
10년 전의 내 모습이 어땠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떤지,
얼마큼 걸어왔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다.
기록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덕분에 알 수 있다.
조금씩 자라고 있는 나를.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하나쯤 작은 목표를 품고 살아간다.
집일 수도 있고, 여행일 수도 있고, 원하는 직장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그 목표는
어느새 희미해지고 만다.
그래서 목표를 세워 의도적으로 그 목적지를 바라봐야 한다.
잊지 않기 위해서.
서서히 그 목표에 다가가는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목표가 있으면 같은 일상도 다르게 보인다.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크게 이룬 게 없어도 작은 것에 고마워할 줄 아는 게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감사노트를 쓰며 알게 됐다.
하루가 조금 더 깊어지는 기분이다.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얼음 동동 띄운 커피 한 잔.
산책할 때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와
음악처럼 들려오는 새소리.
창문 사이로 보이는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내 하루를 꽉 채운다.
결국 이렇게 살다 보면,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된다.
볼 수 있듯이 거창한 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습관들이 내 삶의 방향을 분명히 바꿔 놓았다.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는 돌아간다.
하지만 이제는 그 위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볼 여유가 생겼다.
같은 하루 같아 보여도 이제는 내가 선택한 하루를 살아간다.
그래서 의미 있는 하루가 된다.
삶은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야 빛나는 게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할 때 비로소 반짝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도 나처럼
침대에 누워 허무함을 느끼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말해주고 싶다.
변화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하루에 감사한 일 하나만 적어보라고.
그것이면 충분하다고.